올해 54회를 맞는 백상예술대상은 긴 역사 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때론 감동적이고, 때론 유쾌하다. 시대를 풍미한 두 예능인이 대상을 시상하고 수상하면서 근 10년간의 예능사가 한 장면으로 정리되고, 신인상과 대상을 모두 거머쥐며 한 스타의 인생이 백상에서 시작되고 또 최고조에 달하기도 한다. 수상의 순간이 아니더라도 장내가 한순간에 눈물 바다가 되는 감격적인 장면도 있었다. 수상 명단에는 적혀 있지 않을지라도, 오랜 시간 회자되고 있는 화제의 순간들을 되짚어봤다.
제54회 백상예술대상은 5월 3일 오후 9시30분 서울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된다.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며, JTBC와 JTBC2·JTBC4에서 생방송된다.
군대와 백상의 인연
백상은 유독 군 복무 중인 스타들과 인연이 깊었다. 배우 윤계상은 2005년 4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군복을 입고 무대에 올라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는 전방 초소에서 군 복무 중이었고, 시상식 참석을 위해 휴가까지 신청했다.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한 영화 '발레교습소'로 남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과 함께 당당한 거수 경례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 윤계상은 "군에서 써준 수상 소감으로 예행 연습까지 하고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우 현빈은 지난 2011년 47회 백상에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TV 부문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다시 만나기 힘들 영광이었지만, 아쉽게도 당시 그는 백령도에서 서해 백령도 해병대 6여사단에서 군 복무 중이었다. 백상 역사상 최초로 영상을 통해 수상 소감을 밝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군인답게 각 잡힌 경례를 한 현빈은 소감 영상을 통해 "'시크릿 가든'을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나를 이 자리에 있게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서북도서 최북단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의 한 명으로서 서북도서 사수와 제 임무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송송 부부의 미리 결혼행진
2016년 52회 백상예술대상의 하이라이트는 지금은 부부가 된 송송 커플(송중기·송혜교)이었다. 레드카펫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검은 턱시도를 입은 배우 송중기와 흰 드레스를 입은 송혜교는 다정하게 레드카펫을 걸었다. 당시엔 누구도 몰랐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리 결혼 행진을 경험한 것. 당시 두 사람이 출연한 드라마 KBS 2TV '태양의 후예'는 TV 부문 대상의 영광을 안았고, 송송 커플에게는 인기상이 돌아갔다. 트로피를 받은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로 큰 사랑을 받고, 같이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자리가 오늘이 처음"이라면서 "좋은 상 주셔서 감사하다. 팬들과 파트너 송혜교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래의 아내를 향한 공개 프러포즈였던 셈이다.
무명배우들 향한 유해진의 눈물
지난해 53회 백상 최고의 순간은 다름 아닌 1부 마지막 등장한 축하 무대다.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33인의 배우들이 가수 서영은의 곡 '꿈을 꾼다'를 부르자 장내는 순식간에 눈물 바다가 됐다. 생방송 중계 카메라는 눈물을 흘리는 단상 위 스타들의 모습을 비쳤는데, 특히 배우 유해진의 눈물이 큰 화제를 모았다. 유해진은 이날 최고의 배우들만 오를 수 있는 최우수연기상 후보로 백상에 참석했다. 그런 그가 무명 배우들의 무대를 보면서 참지 못해 얼굴을 가리며 눈물을 흘렸다. 유해진 또한 오랜 무명 생활을 버티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 더욱 감격에 찼을 터. 꿈을 꾼다는 무명 배우들과 꿈을 꿨던 스타 배우가 주고 받은 감동은 TV를 넘어 모든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신인에서 대상으로…18년 만의 고현정
1989년 미스코리아 선에 선발되며 연예계에 발을 디딘 배우 고현정은 데뷔 3년 만인 1992년 2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로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한다. 그가 배우로서 처음 받은 트로피다. 그리고 2010년 46회 백상에서 MBC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TV부문 대상의 영광을 안는다. 18년 만에 신인상 수상자에서 대상의 주인공으로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성장 과정이 백상 무대에 담긴 셈이다. 대상 트로피를 받아든 고현정은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백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18 만에 다시 상을 받았다. 용기를 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호동과 유재석, 감격의 포옹
강호동은 2008년 44회 백상에서 예능인 최초로 TV 부문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한때 드라마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커져버린 예능의 품격을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강호동은 옆자리에 앉은 유재석을 끌어안았고, "재석아 고맙고 사랑한대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그로부터 5년 후, 2013년 49회에서는 강호동이 시상자로, 유재석이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강호동은 유재석을 TV 부문 대상 수상자로 호명한 후, 그를 번쩍 들어올리며 강호동다운 축하를 건넸다. 이에 유재석은 "강호동 형님이 대상을 주셔서 더욱 기분이 좋다"면서 두 국민MC의 훈훈한 우정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