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15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시작된 남북 정상회담엔 각각 2명이 배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왼쪽으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오른쪽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앉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곁에는 여동생이자 노동당 제1부부장인 김여정이, 오른쪽으로는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자리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공식 수행원은 남측이 7명, 북측이 9명이다. 이 중 남북 관계 핵심 실세들이 정상들 곁에 앉은 셈이다.
북측 배석자 중에선 단연 김여정 제1부부장이 눈길을 끌었다. 김여정은 이날 사실상 김정은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김여정은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때부터 핸드백 이외에 검은 가죽 서류가방을 들고 왔는데, 김정은이 회담 테이블에 앉는 타이밍에 맞춰 이 서류가방을 열고 파일을 꺼내 김정은 앞에 놓았다. 김정은의 회담 자료를 손수 챙겨온 것이다. 김여정은 모두 발언 내내 내용을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방명록을 작성할 때도 김정은은 김여정이 직접 가지고 온 펜을 사용했다.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직후 화동에게 받은 꽃다발을 건네받은 것도 김여정이었다. 김정은이 국군 의장대를 사열할 때도 김여정은 다른 북측 수행원들과는 거리를 두고 오빠의 동선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오른쪽에 앉은 김영철은 대남 관계를 총괄하는 인물로, 남측 카운터파트는 서훈 국정원장이다. 김여정은 지난 2월 평창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 김영철은 폐막식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으로 방한했다. 김정은이 김여정과 김영철을 대남 관계 얼굴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김영철은 군 출신으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다. 지난 2일 남측 예술단 평양 방문 당시 기자단에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역이라는 김영철”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군 시절에도 김영철은 북한 군부의 대표적 대남통으로 통했다. 남북 군사회담에도 단골로 얼굴을 내밀었다. 군사 회담에선 위압적인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하고자 했다는 게 그와 직접 회담에 나섰던 이들의 전언이다.
김정은은 후계 수업을 받고 있던 2009년, 김정은을 정찰총국장으로 발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김영철은 김정은 시대 대표적 파워엘리트로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6년엔 아예 군복을 벗고 당의 대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군 시절부터 김영철의 오른팔이었던 이선권도 군복을 벗고 대남 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영철은 지난달 25~28일 김정은의 방중에도 동행하는 등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의 방북에도 김영철과 서훈 국정원장이 역할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2월 방한 당시 임신설이 불거졌으나, 이날 화면상으로는 임신을 확인할 수 없었다. 타이트한 스타일의 회색 치마 정장을 입고 왔는데 배가 나온 듯한 모습은 관찰되지 않았다.
북측 공식 수행원 전체 명단을 보면 남북 관계뿐 아니라 외교와 군을 망라한다.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외교 담당인 이수용 당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도 포함됐다. 군에서는 이명수 총참모장(합참의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국방부 장관)이 나서 주목받았다. 김정은이 이명수를 수행원으로 데려온 것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명수의 포함된 것에 대해 임종석 실장은 26일 브리핑에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행원엔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과 김정은 시대 대표적 엘리트 관료로 부상한 최휘 당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도 포함됐다.
남측은 임 실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공군 대장)이 수행했다. 이 중 정경두 합참의장은 북측에서 이명수가 나서면서 카운터파트로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