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 3개 사가 앞다퉈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점포는 과감히 매각하고 창고형 매장을 도입하는 등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시장 포화와 유통 규제 강화, 모바일 쇼핑의 부상 등으로 영업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자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점포 다이어트' 나선 대형 마트… "수익성 악화가 원인"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의 전체 매출액은 14조7778억원, 전년 대비 8.3% 신장하는 데 그쳤다. 성장률은 수년째 한 자릿수를 이어 가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전년비 3.6%, 2014년과 2013년에는 각각 0.9%, 2.7% 매출이 신장했다. 두 자릿수 신장률은 언감생심인 분위기다.
다른 대형 마트들도 마찬가지다. 실적이 한 자릿수거나 제자리걸음에 그친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8조5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신장률이 0.5%로 집계됐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회계연도(2016년 3월 1일~2017년 2월 28일) 기준 매출액은 6조60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대형 마트 3개 사는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변화만이 살길이라고 보고 다각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당장 부실 점포를 정리하는 등 '군살 빼기'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8월 서울 등촌동 강서점을 2150억원에 매각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전국 142개 점포 중 13개를 처분했으며, 강서점 매각은 14번째였다.
홈플러스는 오는 9월과 11월에도 동김해점과 부천 중동점을 각각 폐점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울산 학성점과 인천 부평점, 대구 시지점 매각에 이어 지난 3월 일산 덕이점을 추가로 정리했다. 지난해 4월부터 하남과 평택 부지를 매각하는 등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는 자산도 처분 중이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해 김포한강신도시점을 열고 비슷한 상권인 김포점을 폐점했다. 2014년엔 항동점을 정리한 뒤 아울렛으로 간판을 바꿨다.
창고형 매장으로 활로 모색
성장 한계에 다다른 대형 마트 3개 사는 최근 '창고형' 매장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30일 가격 우위를 내세운 창고형 할인점 '마켓 D'의 문을 열었다. 이 매장은 롯데마트 경기 수원점 2층에 430평 규모로 들어섰다.
매장은 가격 할인, 상품·진열 차별화,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빈도가 높은 1000여 개 주력 상품을 대형 마트 가격보다 약 10% 할인해 판매한다. 기존 대형 마트 점포와 규격이 같은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매장 환경과 운영 요소도 차별화했다. 'RRP(Retail Ready Package·판매 준비 완료 포장)' 방식에 따라 제조업체가 납품한 상자 포장을 그대로 진열한다. 이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또 전체 판매 상품의 절반을 수입 상품으로 구성했다. 롯데마트는 전체 운영 상품의 60%(600여 개)를 한 달 간격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마켓 D 매장을 총 4개 열고, 2020년 1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1위 이마트 역시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연내에 1~2개의 트레이더스 매장을 추가로 오픈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 2월에 총 점포 수를 14개까지 늘려 국내 창고형 할인점의 포문을 연 코스트코의 점포 수(12개)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트레이더스는 일반적인 창고형 할인 매장과 달리 비회원제로 운영돼 대형 마트 같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무인화 서비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트레이더스 하남점에 사람을 인식해 상품이 있는 자리로 안내하고, 쇼핑하는 동안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다니면서 편의를 돕는 인공지능 자율 주행 스마트카트 '일라이'를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도 슈퍼마켓에서 창고형 할인 매장까지 다양한 유통채널 특성을 한 곳에 모은 멀티 채널 할인점 '홈플러스 스페셜'을 올해 상반기 중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대형 마트 3개 사가 창고형 할인 매장 확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기존 대형 마트의 지지부진함 속에서 창고형 할인 매장의 고속 성장은 눈에 띈다.
지난해 전국 14개 코스트코 매장의 매출은 3조8000억원이 넘는다. 역시 14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매출도 1조5200억원에 달했다. 2010년 코스트코의 매출이 1조5788억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484억원인 것과 비교할 때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장세 둔화로 고심이 깊은 마트 업계가 창고형 할인 마트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며 "1인 가구의 주 소비채널이 편의점이라면 맞벌이 부부 중심의 3~4인 가구는 한 번 소비할 때 대량 구매를 선호하기 때문에 창고형 할인점의 고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