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2014 브라질월드컵 챔피언이자 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다.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오른 한국이 F조에서 독일과 한 조에 속하자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이 '100% 패배'한다는 것이다.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조차 거론하지 않는다.
당연한 반응이다. 독일은 그만큼 강하다. 이변과 기적을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팀이라는 인식에 지배당하고 있다. 선수들도 축구팬들도 모두 두려움에 갇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일 축구를 향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박주호(울산 현대)에게 이 두려움에 대해 물었다. 박주호는 독일 축구를 가장 잘 아는 한국 선수 중 하나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마인츠, 도르트문트 등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다. 마인츠 시절에는 독일에서도 인정받는 선수였다. 그는 올 시즌 독일을 떠나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9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 울산과 수원 삼성의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박주호는 자신이 경험한 독일을 정의했다.
박주호는 "독일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모든 팀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다. 독일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며 "독일이 왜 세계 랭킹 1위인지는 모두가 다 알고 있다. 반면 한국 대표팀은 F조 약체팀인 것이 사실이다"며 독일의 위용을 설명했다.
독일이 최강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승리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이미 포기하고 상대하는 것과, 두려움 없이 덤벼보는 것은 분명 다르다.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박주호는 "독일이 강하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두려움을 가지고 경기장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부딪치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해야 한다. 한국이 준비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호는 러시아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발탁될 가능성이 큰 선수다. 그는 차분하게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주호는 "월드컵 명단 발표가 다가오고 있지만 평상시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 리그 경기와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이어지고 있고, 부상을 조심하고 있다"며 "패배 없이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팀 분위기가 좋으니 나 역시 좋은 흐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자원들이 부상으로 쓰러지고 있다. 박주호 역시 부상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부상을 당하고 있어 안타깝다. 나는 부상이 없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보강 운동도 꾸준히 하고, 김도훈 감독님이 훈련과 경기에서 배려를 해준다"며 "경기 때는 부상 생각 없이 뛴다. 부상을 의식하면 오히려 부상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풀백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박주호다. 그는 월드컵에서도 두 포지션 모두 구상하고 있었다. 박주호는 "경기장 나갔을 때 사이드백 보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섰을 때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상대 등을 지고 계속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이드백이 조금 더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임무가 주어진다면 다 해낼 수 있다. 지금까지 두 포지션 모두 해온 것이 있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