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연은 1990년대 대표 인기 예능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폭탄 웃음을 선사했다. 노처녀 컨셉트를 강조한 캐릭터와 얌전한 표정으로 힘 자랑을 하는 콩트 등이 웃음 포인트였다.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고, 사자후를 내지르는 모습 등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코미디언도 아니고 대학가요제 출신, 심지어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예능에서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웃음을 준다는 것 자체가 당시엔 꽤 신선하고 파격적이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 다시 방송가에서 노사연이 '예능 치트키'로 활약 중이다. 특유의 매력이 또 다시 통하고 있다. 지난 3월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화제를 모은 데 이어 SBS '동상이몽2-너는 내운명'에 고정 출연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방송이 나간 후 노사연 에피소드가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한다.
겉으로는 털털하지만 속은 한 없이 여리고 소녀 감성을 지닌 영원한 '꽃사슴' 노사연이 데뷔 40년 만에 처음 취중토크 주인공으로 자리에 앉았다. "가볍게 목만 축일까"라고 시작한 인터뷰에서 노사연은 맥주를 혼자 4병 비워냈다. 호칭은 '큰 언니'로 정리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요즘 아이돌 가수 중에 눈길을 사로잡는 후배 가수가 있나요. "지드래곤이요. 전 매력이 많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친구들에게 관심이 가요. 건모도 그런 후배죠. 근데 지드래곤도 그래요. 심지어 모든 걸 다 잘하는 것 같아요. 아직 지드래곤 빈틈을 발견 못 했어요. 방송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매력이 많더라고요. 같은 연예인인데도 지드래곤은 좀 더 미스테리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빅뱅 음악도 좋아요."
-40년 동안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아쉬운 일도 있나요. "물론 있죠. 왜 없겠어요. 특히 가수로서 아쉬운 게 있어요. 가장 열심히 활동해야하는 나이에 공백기를 가졌어요. 결혼을 하고 사랑에 너무 빠져서 공백기를 가졌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 행복했지만, 가수 노사연으로서는 그때 음악 활동을 쉬어서 아쉬워요."
-90년대 때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대표 예능에서 활약했던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는 팬들이 많을 것 같아요. 언니 노사봉씨와의 활약도 대단했죠. "그리고 보니깐 가족 예능을 그때부터 했네요. 지금 생각해봐도 재밌게 즐기면서 방송을 했던 것 같아요. 언니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가족 성격이 다 유쾌하고 재밌어요. 지루하고 심심한 걸 못 참죠. 가족 내력이에요.(웃음)"
-40년 방송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예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경험하고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요즘엔 자극적인 것도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너무 센 방송도 많아요. 또 방송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가 굉장히 더 조심스러워진 분위기예요. 어떤 말을 했을 때 전혀 당시 촬영장 분위기나 의도와 달리 공격을 받을 때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동상이몽' 처음 출연할 때 말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말 잘 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말 조심하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요."
-가수로서 계획도 궁금해요. "곧 신곡이 나와요. 부활의 김태원씨에게 사랑 노래를 받았어요. 김태원씨 특유의 순수한 마음이 가사에 담겼어요. 제 나이 때 부르기 힘든 감성의 사랑노래인데 잘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어요. 작곡가와 가수로서 이무송씨의 곡도 받아보고 싶어요. 듀엣곡도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 '기적'이라는 노래를 만들어서 불렀어요. 그때 녹음실에서 너무 많이 싸워서 이 노래가 나오면 그게 기적이라는 말을 했었거든요. 이젠 진짜 호흡도 같아졌고, 좋아서 듀엣을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요. 사실 전 가수로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젠 나이가 있어서 건강하게 노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좋은 노래를 받아서 건강한 목소리로 불러드리고 싶어요."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영상=박세완 기자 장소협찬=경리단길 테이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