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 페이스북 영상 캡처, 게시물 이미지 우리는 바야흐로 광고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가 명확했던 TV에서도 이제는 프로그램 내에 광고인지 아닌지 모를 PPL들이 점령해 나가기 시작했고, 일상적으로 접하는 온라인 기사나 소셜네트워크의 내 친구 소식에도 광고가 파고든다.
하지만 광고를 보고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거기에 그들의 집중력도 한정되어 있어 이 부분에서 광고주들의 고민은 깊어지게 된다. 내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만 동영상을 인스턴트로 소비하는 시대에 3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시청자들은 광고에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비용의 매체 확산과 시청자의 주목도 확보를 위해 소셜미디어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B급 광고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인지도를 쌓아야 하는 신규 브랜드 위주로 B급 광고가 성행했다면, 이제는 진중한 이미지를 고집하던 빅 브랜드들도 B급 광고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1. LG생활건강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최근에 빅 히트를 기록한 LG생활건강의 광고는 동영상 대부분의 분량을 불토(불타는 토요일)에 클럽에 가려다 업무에 몸이 묶여버린 크리에이터의 솔직한 짜증을 경쾌한 음악과 각종 은어와 비속어, 주목도 높은 ‘병맛’ 그림으로 표현한 후, 마지막에 약 20초가량의 제품 설명만 추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무거운 대기업 광고 느낌을 파격적으로 벗어던지며, 엄청난 바이럴 효과를 거둬들였다.
이 광고의 크리에이터는 컨펌 없이 제작한 광고라고 얘기하였으나, 최초 LG 생활건강에서 해당 크리에이터를 컨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크리에이터의 기존 콘텐츠를 고려할 때 애초 이번 히트작 수준의 병맛코드를 기획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2. 라이나생명 다이렉트 무겁고 점잖은 이미지로 따지면 금융업계를 따라잡을 곳이 없다. 라이나 생명은 20, 30대를 주 고객으로 하는 9900원 치아보험과 암보험을 출시하며, 9900원의 99(구구)를 모티브로 하는 병맛 광고를 선보였다.
구구에서 연상되는 비둘기와 반복적이며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만든 동영상은 기존 보험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시도로 평가받는다. 라이나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둘기를 캐릭터화한 신규 캐릭터도 선보였다. 상품설명 위주의 보험 광고가 B급 광고로도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 검은사막 게임 광고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카테고리 특성상 광고에서도 재미를 지향하게 마련이다. 다만, 뻔한 스토리, 뻔한 화면을 벗어나 사용자에게 새로움을 심어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17년 말 출시한 게임 ‘검은사막’은 화장품 광고를 연상시키는 화면에 화장품 광고에 적합한 모델로 시작한 후 알고 보면 게임 광고로 반전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구성하였다. 거기에 실제로 속아서 광고를 찍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배우가 속아서 찍은 게임 광고라는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짧은 시간에 3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B급 광고는 신선함이 생명력인데, 제품과 어울리는 신선함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아, 빅 히트로 이어질 수 있는 B급 광고의 수는 제한적일 것이다. 빅 히트로 이어지지 않는 B급 광고는 브랜드 이미지의 손상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마케터들의 고민이 이어지겠지만, 앞으로도 기업들의 파격적인 선택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