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하반기에 채용의 문을 활짝 열기로 했다. 그동안 ‘채용 비리’ 논란으로 미루어 오던 채용 시기를 공개하고 있다. 이에 맞춰 은행연합회는 채용 비리 재발을 막기 위해 ‘은행고시(필기시험)’ 도입을 채용 절차 모범 규준의 전면에 내세웠다. 은행권은 눈치껏 규준에 따라 필기시험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으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필기시험을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규모·시기 등 계획은 나오지 않았으나, 채용 절차 중 필기시험 도입에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이미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은 필기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우리은행이 11년 만에 필기시험을 부활시켜 올 상반기 공채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어 은행연합회의 모범 규준에 따라 다른 시중은행들과 지방은행들도 필기시험 전형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은행고시 전면 도입은 서류 전형의 합격 범위를 넓혀 필기시험 기회를 제공하고, 시험 점수를 면접기회 제공 기준으로 정해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필기시험을 검토 중인 신한은행을 제외한 3대 시중은행은 한껏 축소된 취업 시장 내에서 나름의 변별력을 갖기 위한 ‘필기시험’을 진행해왔다. 이에 ‘은행고시’가 채용 비리를 근절할 핵심 열쇠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의 한 직원은 “필기시험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과연 채용의 투명성을 재고하기 위한 금융 종사자 검증 수단으로 크게 영향력을 좌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미 필기시험이 있어왔고, 여기에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시험까지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한 직원은 "서류전형에서 합격폭을 넓혀 필기시험 점수로 줄을 세우는 것이 공정할 수도 있어 보이지만, 특혜 채용은 결국 ‘인사청탁’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라는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이와 관련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먼저 은행고시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고 본다”며 “이미 현재 필기시험 진행하고 있는 곳이 있고 지금 필기시험이랑 뭐가 다른지 자세한 내용이 나온 게 없고, 만약 도입된다고 해도 은행별로 어떤 방식으로 필기시험을 도입할지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