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은 기록경기가 아닌 순위를 다투는 경기다. 그렇다 보니 스피드 경쟁을 펼치기보다 다른 선수를 활용해 최대한 승부 거리를 좁히며 체력을 안배해야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 유리했다. 하지만 최근 경륜은 이러한 상식에서 벗어나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순위 경쟁을 펼치는 것은 변함없지만 경륜선수들이 스피드를 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두유도원 퇴피시점 변경
경륜은 지난 2월 18일부터 전 등급에서 선두유도원 퇴피시점을 기존 3주회 4코너 부근에서 4주회 2코너 부근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선발급에만 적용했던 선두유도원 퇴피시점을 전 등급으로 확대한 것이다. 선두유도원 퇴피시점이 늦춰지면서 기존 3주회 4코너에서 선두유도원이 퇴피할 때보다 승부 거리가 짧아졌다. 짧아진 승부 거리에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스피드를 높일 수밖에 없고, 선두유도원 퇴피시점까지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은 후미에서 어쩔 수 없이 승부를 길게 가져가야 하는 경우가 발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기존 선행 강자들도 한 타이밍 더 빠르게 승부 시점을 잡을 수밖에 없어 스피드 보강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신인들로 인한 기량 향상
싱싱한 다리를 자랑하는 신인들에 의해 기량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점도 일조하고 있다. 우선 신인들은 체력이 기존 선수들에 비해 워낙 앞서 있기에 힘으로 승부하는 경주가 많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기존 강자들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기존 강자라 해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선발급에서 우수급으로 승급한 홍의철(28·23기·A1반)·김주호(27·23기·A1반)·김도완(28·23기·A2반), 우수급에서 특선급으로 승급한 강호(31·23기·S1반)가 기존 등급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신인들에 의해 기존 강자들도 긴장하며 경기에 임하게 되고 더 빠른 시속으로 경주를 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토바이 유도훈련
최근 '오토바이 유도훈련'을 하고 온 선수들의 선행력이 부쩍 향상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오토바이 유도훈련이란 선수들이 앞 선에 있는 오토바이를 따라 달리는 훈련이다. 이 훈련의 이점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오토바이 속도에 맞춰 평속을 높이고 선수 전법에 따라 거리 및 훈련 속도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 속도 훈련으로 선수가 가지고 있는 힘의 한계를 반복해서 자극함으로써 기량 향상 효과와 경주를 풀어 가는 시야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이 훈련을 통해 평균 시속이 10~20km 상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스피드 향상에 절대적인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명품경륜 승부사 이정구 수석 기자는 "최근 모든 등급에서 시속이 빨라졌다. 자력 승부가 가능한 선수들이 꾸준한 훈련을 통해 시속을 보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동계 훈련을 착실히 한 자력형 선수들이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날씨와 여건이 충분하기에 당분간 자력 승부를 펼치는 선수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