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이창동 뜻'대로다. 트리플 '최고 평점'을 넘어 최초 '트리플 수상'을 노린다.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버닝(이창동 감독)'이 해외 평단의 역대급 호평 속에 폐막식에 참석한다.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스티븐 연·전종서는 폐막식 참석 후 나란히 귀국할 전망. 이미 금의환향이지만 그들의 손에 트로피까지 들려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이 8년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1983년 일본 문학계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가 발표한 단편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이다. 유아인·스티븐 연 그리고 신예 전종서가 열연했다.
거장 사전에 반전은 없었다. 칸도 기다린 이창동 감독이자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다. 이창동이라는 이름이 곧 '경쟁력'인 만큼, '버닝'은 이변없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에 성공했다. 제작 과정부터 관심을 보였기에 칸 진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버라이어티 등 외신 역시 일찌감치 '버닝'을 칸 영화제 유력 경쟁부문 진출작 후보로 꼽았던 바 있다. 그들 세계에서 '버닝'은 오픈되기 전부터 이미 '칸 진출작'이었다. 이창동 감독에 대한 신뢰와 기다림이 얼마나 컸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창동 감독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기지 않았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8년내내 준비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가 메가폰을 잡고 제작무산 없이 끝끝내 완성시켰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둔다. 8년의 기간동안 여러 영화가 제작무산의 아픔을 맛봐야 했고 '버닝' 역시 한 차례 제작 보류라는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작품도 결국 운명이다. '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안착 할 영화였다. 이 운명적 작품은 과연 운명적 결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불안할 정도다. '버닝'은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상영된 후 칸 영화제 역대 최고 평점부터 경쟁부문 진출작 중 최고 평점을 싹쓸이 했다.
칸 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데일리는 칸 역대 최고 평점인 3.8점(4점 만점)을, 아이온시네마는 3.9점(5점 만점), ICS(인터내셔널 시네필 소사이어티, International cinephile society)는 4.83점(5점 만점)을 매긴 것. 모두 '최고점'이다. 또 영화평론사이트 로튼토마토는 18일까지 신선도 100%를 자랑, 메타크리틱에서는 평균 88점을 기록했다.
이창동 감독은 2000년 35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 된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2003년 43회 비평가 주간에 다시 한번 소개된 '오아시스', 2007년 60회 경쟁부문 '밀양', 2010년 63회 경쟁부문 '시'에 이어 '버닝'까지 6편의 연출작 중 5편을 칸 영화제에서 소개했고 3연속 경쟁부문 진출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제 남은 목표는 '3연속 수상'이다. 박찬욱 감독은 69회 경쟁부문 진출작 '아가씨'가 수상에 실패하면서 3연속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또 지난해는 '옥자(봉준호 감독)'와 '그 후(홍상수 감독)' 등 무려 두 편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아쉬움을 이창동 감독이 달래줄 수 있을지 영화계 안 팎의 기대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황금종려상부터 심사위원특별상, 감독상, 각본상, 남녀주연상 등 모든 부문을 노려볼만 한 '버닝'이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맡았다. 이례적인 여성 심사위원장으로, 심사위원들은 중국 배우 장첸,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 미국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비롯해 미국 에바 두버네이 감독, 프랑스 로베르 구에디귀앙 감독, 캐나다 드니 빌뇌브 감독, 러시아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 그리고 브룬디 싱어송라이터 카쟈 닌이 선정됐다.
'버닝'의 경쟁작은 개막작 '에브리바디노우즈'를 비롯해 '더 와일드 페어 트리(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 '더 이미지 북(장 뤽 고다르 감독)', '블랙클랜스맨(스파이크 리 감독)', '애시 이즈 퓨리스트 화이트(지아 장커 감독)', '만비키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쓰리 페이스(자파르 파나히 감독)', '걸스 온 더 선(에바 허슨 감독)', '가버나움(나딘 라바키 감독)', '언더 더 실버 레이크(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 '아사코 I & II(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콜드 워(파웰 파울리코우스키 감독)', '도그맨(마테오 가로네 감독)', '라자로 펠리체(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 '나이프+하트(얀 곤잘레스 감독)', '쏘리 앤젤(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 '레토(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 '요메드딘(아부 바크리 샤우키 감독)', '어이커(세르게이 드보르느세보이 감독)', '앳 워(스테판 브리제 감독)'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 칸(프랑스) 박세완 기자 / Gettyimages/이매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