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배우 품귀 현상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높아지니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톱스타는 물론이고 이른바 'B급' 배우들도 부르는 것이 값이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에 제작되는 드라마 편 수를 110~130편으로 예상했다. 과거에 비해 20% 증가한 수치다. JTBC·OCN 등이 드라마 편성을 늘렸고, 웹드라마도 점차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드라마는 여성 시청자들이 트렌드를 이끈다.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멋진' 남자 배우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남자 배우들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 일부 스타들이 군 입대와 각종 논란으로 사라진 탓이다. 양세종·정해인 등이 눈에 띄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남자 배우가 없다고 아우성친다.
이로 인해 '어중간한' 배우들의 입김이 세졌다. 한 배우는 지난해에 회당 출연료로 2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캐스팅 과정에서 회당 8000만원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 배우가 없는 것을 알고 '던진 카드'였다는 것. 물론 양측이 조율한 뒤에 적정선을 찾았지만 일부 남자 배우들은 '빈집털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값 부풀리기에 들어갔다.
제작사도 답답하다. 최근 국내 드라마는 질적으로 성장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매우 높아졌다. 남배우 공급 부족 상황이 반복되는데 '연기력이 받쳐 주는 배우'는 한정적이다. 이로 인해 톱스타들에게 시놉시스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들의 몸값은 더 뛰고 있다. 또한 해외 판권도 드라마 제작의 큰 수입을 차지한다. 배우의 '급'이 약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에 무명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은 '도전'이라는 것.
한 방송계 관계자는 "제작사나 방송사가 원하는 배우는 늘 똑같다. '도전' 자체를 하지 않으니 신인들이 발굴되기 힘든 상황"이라며 "톱스타들에게만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그들을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몸값이 뛸 수밖에 없다. 최근 한 톱스타는 1억원을 넘게 불렀다. 중소 기획사엔 그림의 떡"이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인들이 오디션으로 캐스팅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캐스팅이 긍정적이라고 할지라도 '톱스타 끼워팔기'에 밀리는 중"이라며 "배우들에게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