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에 승선한 세 명의 '새 얼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그리고 오반석(제주 유나이티드) 얘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 전까지 치르게 될 총 4번의 평가전 중 첫 번째 경기였던 이날 경기에서 신 감독은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게 됐다.
이번 온두라스전은 여러모로 100% 상태로 치를 수 없는 경기였다. 부상자 속출로 인해 이미 최상의 전력을 꾸릴 수 없는 상황에서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허리 통증, 이재성(전북 현대)이 피로 누적으로 결정하게 돼 '가상 멕시코'에 대한 해법보다는 사실상 새 얼굴을 시험하는데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신 감독 역시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선수와 기존에 있는 선수들의 능력,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얼마나 이행하는지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감독이 말하는 '새 얼굴'은 이번에 A대표팀에 첫 승선한 이승우와 문선민, 그리고 오반석이었다. 이승우는 아예 선발 명단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문선민은 후반 9분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과 교체돼 들어갔으며 오반석은 후반 25분 정승현(사간 도스)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그리고 새 얼굴들이 보여준 모습은 신 감독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 만족시킨 듯 보였다.
이승우는 경기 내내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처음 치르는 A매치에서도 기죽지 않은 모습으로 상대와 부딪혔으며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특유의 전진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이승우는 후반 15분 터진 손흥민(토트넘)의 골에 도움을 기록하는 등 자신의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있는 힘껏 끌어올린 뒤 후반 40분 박주호(울산 현대)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승우가 나올 때 쏟아진 엄청난 함성이 그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를 그대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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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민 역시 제 몫을 해냈다. 경기력이 다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두 차례나 그라운드에 쓰러진 이청용을 대신해 투입된 문선민은 초반 약간 긴장한 듯 보였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 선정과 적극적인 플레이로 후반 26분 한국의 두 번째 골이자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수비수인 오반석은 이들에 비해 덜 화려하긴 했으나 안정적으로 수비진을 구성하며 마지막까지 실점 없이 잘 버텨냈다.
물론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새 얼굴'들이 이번 경기에서 자신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어느 정도 증명한 것은 사실이다. 새 얼굴들이 훈련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에도 "훈련과 경기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선을 그었던 신 감독이기에, 실전에서 보여준 이들의 모습은 신 감독에게도 긍정적으로 남았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신 감독에게 긍정적인 인상으로 남을 확률이 높다는 건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을 확률도 그만큼 높다는 뜻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