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죽음으로 육체를 임대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동시에 신에게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룬다며 거창하게 드라마가 시작됐다. 막상 뚜껑 열린 뒤 계속 반복되는 전개로 초반의 자신감은 혹평으로 다가왔다.
종영을 하루 앞둔 28일에도 극중 라미란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당황케했다. 과연 '우만기'는 종영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
29일 '우만기는' 18회로 종영한다. 사실 '우만기'는 KBS의 상반기 기대작이었다.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제작발표회를 2부로 기획하는 등 꽤 많은 힘을 줬다. 당시 백미경 작가와 이형민 PD는 드라마에 대한 자신감을 어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미경 작가는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등 단숨에 스타작가로 발돋움해 주위에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또한, 작가 데뷔 후 종편이 아닌 지상파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데에도 의미가 깊었다.
'우만기'는 캐스팅도 환상적이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가장이 이름과 나이만 같을 뿐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남자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되는 판타지 휴먼 멜로드라마라는 기획에 걸맞는 김명민·김현주·라미란 등 '연기 잘하는' 중년 배우들이 모였다.
제작발표회에서도 김명민은 "대본을 보면 볼수록 재밌다.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 매력을 느끼고 있다. 작가님을 믿고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백미경 작가도 이에 화답하듯 "뻔한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며 "어른들부터 어린 친구들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우만기' 초반엔 신선했다.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중반부로 치닫을수록 내용은 계속 반복됐다. 게다가 육신을 임대한 송현철B을 맡은 김명민은 송현철A의 아내 김현주와 송현철B의 아내 라미란 두 여자 사이에서 내내 갈팡질팡했다.
영혼은 송현철B이지만 육체는 송현철A로 살아가는 내용이 큰 골자. 그러나 송현철B는 육체를 따라 김현주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지며 정신적 불륜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이런 와중에 라미란 마저 종영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시청자들은 황당해 하며 '막장'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 관심사다. 신인 카이(아토)가 모든 걸 원상복귀 시키는 '기적'을 이룬다고 한들 이미 등을 돌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원상복귀 시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으로 가는 전개지만, '우만기'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비난할 수 없다. 특히 김명민은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육체 임대라는 특수한 캐릭터를 깊은 감정연기로 표현해내며 '역시 김명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김현주도 갑자기 달라진 남편 김명민을 바라보는 감정의 변화를 물 흐르듯 연기해냈다. 라미란도 남편을 잃은 슬픔, 다른 육체로 돌아온 남편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표현은 훌륭했다.
'우리가 만난 기적'의 '기적'은 결국 배우들의 호연 뿐이었을까. 지상파 평일 드라마 중 유일한 두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한 성적에 오명이 달리질 않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