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감독은 "이근호의 팀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부담스럽지만 이근호를 직접 만나니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고 했다"며 "경기력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이라크와 평가전에 뛰어보게 한 뒤 평가할 것"이라며 이근호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근호는 허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지 못했다.
이근호는 3월 28일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가 넣은 1골은 페널티킥이었다. 이후 북한전에도 출전했지만 경기를 뛰지 못한 감각 저하를 극복해내지 못했다.
이근호는 그해 4월 일본 J리그 주빌로 이와타 유니폼을 입으며 무적신분에서 탈출했다. 새로운 팀을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감각은 예전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허 감독은 마지막까지 이근호에게 기회를 줬지만 결국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이근호는 최종엔트리 23명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허 감독은 "이근호에게 기회를 많이 줬는데 장기간 실전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슬럼프가 너무 길었다. 선수는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탈락 이유를 설명했다.
황태자였지만 경기 감각에 물음표를 지닌 이근호를 과감하게 제외한 허 감독.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2014년 5월 8일.
홍명보 2014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최종엔트리 23인 안에 박주영을 포함시켰다.
큰 논란이 일어났다. 박주영은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2011년 아스널로 이적한 뒤 주전경쟁에서 밀린 박주영은 하락세를 겪었고, 월드컵을 앞두고 2부리그 왓포드로 임대 이적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왓포드에서도 경기에 뛰지 못했다.
게다가 박주영은 봉와직염이라는 부상을 당해 시즌을 일찍 접고 조기 귀국한 상태였다. 실전 감각과 몸상태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홍 감독이 박주영에게 집착한 것은 그가 '홍명보의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장면은 2012 런던올림픽이었다. 박주영은 홍 감독이 이끌던 런던올림픽 3~4위전 일본과 경기에서 환상적인 몸놀림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신화가 박주영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박주영을 향한 절대 신뢰가 생긴 이유다.
홍 감독은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과 월드컵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경험이라는 부분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한국의 공격수 중 박주영을 대체할 선수를 찾지 못했다"고 박주영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홍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지 못했다.
브라질월드컵 1차전 러시아전과 2차전 알제리전에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경기를 뛰지 못한 감각 저하를 극복해내지 못했다. '엔트의리 논란'만 가중시키며 박주영의 브라질월드컵은 허무하게 끝났다.
절대 신뢰 속에서 경기 감각에 물음표를 지닌 박주영을 과감하게 선택한 홍 감독.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최초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2018년 5월 14일.
신태용 2018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엔트리 28인 안에 이청용을 포함시켰다.
큰 논란이 일어났다. 이청용은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 크리스털 팰리스로 이적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7~2018시즌 프리미어리그 출전은 7경기, 선발은 1경기에 불과했다. 올해 경기만 따지면 4경기 21분 출전에 그쳤다. 게다가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실전 감각과 몸상태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신 감독이 이청용에게 집착한 것은 그가 '검증된 월드컵의 사나이'였기 때문이다.
이청용은 2010 남아공월드컵과 2014 브라질월드컵을 연이어 출전했고, 남아공에서는 2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월드컵에서의 이런 경험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연합뉴스
경기 감각 저하를 극복하지 못한 이청용/연합뉴스
신 감독은 "형평성 논란이 있어 뽑고 안 뽑는 게 아니다. 이청용은 우리 전술을 만들었을 때 꼭 필요한 선수"라며 "상당히 메리트가 있는 선수다. 두 번이나 월드컵에서 경험했고 개인 스킬이 탁월하다. 놓칠 수 없었다. 우리팀이 가고자 하는 포메이션과 전술에 필요한 선수"라고 이청용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청용은 신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지 못했다.
지난 28일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경기를 뛰지 못한 감각 저하를 극복해내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른쪽 날개 이청용보다 수비수인 풀백 고요한이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청용은 슈팅 한 개도 시도하지 못했다. 전반 7분 손흥민을 향한 패스는 한참이나 멀리 나갔다. 이청용의 현재 경기 감각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그를 향한 물음표는 분명 커졌다.
아직 이청용이 최종 엔트리 23명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다. 다음 달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이다. 이 경기가 끝난 뒤 23명의 명단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