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은 회장 측 변호인을 맡은 이정호 변호사(법부법인 천우)가 이장석 전 넥센 대표 측에게 받은 인상이다. 소송 기간 내내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는 상대는 처음이다"고 했다. 벼랑 끝에서 손을 내민 투자자를 기만했을 뿐 아니라 소송에 임하는 자세도 저급했다고 평했다.
이장석 전 대표 측은 2008년 7월과 8월, 홍성은 회장에 받은 두 차례 투자 계약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인감 도장이 버젓이 찍혀 있었지만 날조된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법원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과 법원의 판결은 홍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계약서가 위조됐다는 주장은 증거가 없다. 인감 날인·서명·계약서 내용 등으로 볼 때 진정한 문서로 추정된다"고 했다. 주식 40%(16만4000주)를 양도해야 한다는 결론도 내렸다.
고등법원 항소를 취하하고 다른 꼼수를 부렸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했다. 구단 주식 가치가 0원이므로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원은 " 주식 가치가 없다면 기존 주주들이 주식을 계속 보유할 이유도 없다"며 "히어로즈가 주주들로부터 구주를 매입해 홍 회장에게 양도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대표 측은 재판에서 투자 계약서가 위변조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단순 투자라는 주장도 인정받지 못했다. 번번이 각하되면서도 억지를 부린 이유는 무엇일까. 변호사는 "그런 식으로 계약서 상 빈틈을 치고 들어오는 게 이 대표 측의 수였다"고 총평했다.
2008년 투자 계약 때는 당사자가 한 자리에서 모이지 못했다. 홍 회장 측은 대리인이 나섰다. 추가 조건을 확정할 때마다 날인을 한 탓에 일부 계약서를 한쪽이 갖고 있기도 했다. 일반인이 작성한 탓에 정교하지 않았다는 내부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큰 틀에서 협상 조건이 합의된 상태였기에 세부 조건도 나올 수 있었다. 뒤늦게 조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물론 위조라고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 변호사는 "원래 완벽한 계약은 없다. 기본 합의 속에 통상적인 노선을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이 대표 측은 약간의 흠이나 틈이 있으면 그 부분만 부각했다"고 전했다.
비슷한 사건과 비교했을 때도 이례적인 행태로 봤다. 이 변호사는 "이장석 전 대표처럼 의도적으로 빈틈만 노리는 사례는 주로 경영권 분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기업 사냥꾼들이 싸울 때 일어난다"고 했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기 위해 1~2년 정도 물고 늘어지는 경우는 있어도 이내 수긍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10년 가까이 일관된 꼼수를 부리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수년에 걸친 이 대표와의 소송 시간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상호 소통도 없었다. 보통은 당사자들 사이 타협을 위한 노력이 동반된다고 한다. 대화를 하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다. 일반적으로는 양측이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대표와 변호인 모두 지난 6년 동안 홍 회장 측에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을 지체시키는 전략을 부추긴 세력도 있다고 본다. 현재 이 대표 측은 변호는 대형 로펌이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들도 싸울 때는 싸우지만 합리적 조율을 한다"고 평가한다. 이정호 변호사는 이 지점에서도 의구심이 생겼다. 소송을 맡은 변호인들의 변화를 주목했다. "처음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균형이 있는 변론을 하더니, (소송)막판에는 마치 피고인(이장석) 본인과 동화된 모습이 보였다. 야구단을 키우는 과정에서 가진 마음가짐과 죄목에 대한 변론 모두 그랬다"고 돌아봤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는 법정에서 상대 측 입장을 존중하고, 당사자의 격양된 주장을 객관성을 바탕으로 판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장석 전 대표 측 변호사는 마치 본인이 입으로 얘기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이 대표는 투자금을 편취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주 발행과 각종 투자 계약 체결 뒤에도 지분 양도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지 않은 점. 중재원의 판결과 소송을 거친 뒤에도 주식을 양도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처음부터 피해자(홍성은 회장) 측에 주식을 양도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투자하게 해 편취했다"고 판단했다. 수차례 소송에서 자행한 꼼수는 결국 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