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프로야구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역대 최다 관중을 향해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 흥행에도 악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과거 넥센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29일 밝혔다. KBO 조사 결과 넥센은 지난해 NC, KT 구단과 선수를 트레이드하면서 KBO 사무국에 제출한 양도·양수 협정서와 달리 현금 6억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KBO는 트레이드 과정에서 챙긴 ‘뒷돈’을 야구발전기금으로 환수하는 한편 특조위를 통해 전 구단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조사위원회는 KBO 외부 전문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필요하다면 법률·수사 분야의 전문가를 추가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장 총장은 또 “수사권은 없지만 리그 전체의 질서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문제이기에 구단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트레이드엔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현재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장 총장은 “이장석 대표의 증언을 듣기 어렵겠지만 구단에 대해선 엄격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프로야구 팬들의 반응은 실망을 넘어 분노에 가깝다. 이장석 대표의 영구제명은 물론 넥센 경영진의 구단 운영 권리를 박탈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는 크게 성장했다. 2개 구단이 생겨났고, 관중이 늘면서 중계권료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FA(자유계약) 선수들의 몸값은 100억원대까지 뛰었다. 큰 인기를 누리는 만큼 사회적인 책임도 뒤따른다. 하지만 야구계 전반의 윤리의식은 프로야구가 탄생한 1980년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승부조작·불법 인터넷 도박·음주운전에 이어 금지약물 복용·사생활 추문·성범죄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가 일어났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실을 은폐하거나 이번 넥센 사태처럼 구단 차원에서 일어나는 잘못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KBO 자문위원인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예전엔 야구만 잘 하면 다 용서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일탈을 이끌어낸 것”이라며 “정운찬 KBO 총재도 강한 징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프로야구 인기 유지에도 좋지 않은 요인”이라고 했다. 뉴욕 메츠 등에서 일했던 대니얼김 KBSN 해설위원은 “미국에선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선 강력한 처벌을 한다. 특히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은 예외없이 제명시켰다. 지난해 배지환이 연루됐던 애틀랜타의 선수 스카우트 규정 위반 사건과 관련해선 존 코포렐라 전 단장이 영구제명됐다. 리그의 신뢰도와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엔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야구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민훈기 위원은 “한국 학원 스포츠는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사회적인 책임의식이 떨어진다. 교육계와 협력해 학생 선수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주장했다.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야구계를 포함한 체육계는 대한민국에서 ‘관행’이 가장 많이 통용되는 사회다. 탈법이나 편법과 같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