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서장훈(44)은 제54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예능상의 주인공이었다. 전설의 연세대학교 농구부 주전 센터, 1998년 청주 SK 나이츠로 입단해 프로 농구선수로 활약해 온 그가 제2의 삶을 살아온 지도 어느덧 5년. 신인 시절 백상체육대상 무대를 밟았던 서장훈은 25년 만에 백상예술대상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JTBC '아는 형님'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 등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웃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건물주 언급에도, 이혼 얘기에도 이젠 '해탈' 상태라고 말한 서장훈은 "내가 이 부분에 대해 먼저 언급한 적은 없다. 살기 팍팍한 시대에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다만 이것을 통해 잠시라도 웃을 수 있다면 난 괜찮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일컬었다. 농구인으로서, 방송인으로서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은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내비쳤다. 이들처럼 자신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착한 거인'을 꿈꿨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농구선수로서 삶과 방송인으로서 삶,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농구선수는 (동료들과) 늘 같이 움직여야 해요.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없어요. 운동을 하냐, 안 하냐 문제가 아니라 늘 같이 움직여야 했어요.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요. 방송은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녹화가 끝나면 나머지 시간은 개인적으로 쓸 수 있어요. 그게 가장 큰 환경적인 차이인 것 같아요. 정신적인 건 좀 달라요. 선수는 신경 써야 할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어요. 목표가 분명하니까요. 시합을 잘해서 이기면 되는 거예요. 모든 이들의 목표가 명확하고 같죠. 방송은 게스트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지부터 해서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과 관계, 동료들과 관계 등 좀 더 복잡하다고 볼 수 있어요. 단순한 승부의 문제가 아니니까 신경 쓸 게 많아요."
- 농구에 대한 애틋함은 여전할 것 같아요. "그럼요. 농구를 평생 하던 사람이 농구를 그만뒀다고 해서 농구인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농구를 평생 했던 사람은 그만둬도 농구인인 거죠. 죽을 때까지 농구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 방송을 하고 있으니까 방송인인 것도 맞고요."
- 농구인들을 자주 만나나요. "상대적으로 자주 보진 못해요. 농구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시즌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내가 시간이 있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최근에 이상민 감독과 만나 식사한 적이 있어요."
- 요즘도 농구 경기를 자주 보나요. "시간이 날 때 국내 프로 경기도 보고 NBA도 보고 그래요."
- 주목해서 보는 후배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모비스의 양동근 선수를 좋아해요. 그 선수는 우리나라 프로농구의 현실을 가장 잘 파악하면서 모범적인 길로 가는 선수예요. 본인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갈고닦아 그 자리까지 온 선수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해요. 그 선수를 보고 후배들이 잘 따라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한국 프로농구가 좀 더 발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아는 형님' 식구들과 호흡이 좋은 것 같아요. "처음부터 시간을 좀 더 주면 잘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한두 명 빼곤 원래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라 호흡이 좋고 팀워크가 좋을 수밖에 없었어요. 사람들한테 조금만 더 알려지면 반응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갈림길에서 위기를 잘 넘긴 것 같아요. 요즘은 반응도 좋으니 그야말로 팀워크가 굉장해요."
- 방송가에서 '서장훈'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게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얘기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랫동안 방송을 해 왔으면 방송의 생리와 여러 가지 외적인 부분에 대해 신경 썼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조금 더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그분들이 원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 방송에 재능이 많은 것 같아요. "천부적으로 타고난 사람한테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어요. 방송도 그런 분들이 있다는 걸 하면서 느껴요. 대본만 보는 게 아니라 애드리브가 많은데 그럴 때 보면 '진짜 천재'라고 느낄 때가 많아요. 아까 말한 형님들도 그렇고 (이)수근이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이건 내가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죠. 다만 스포츠 경기처럼 그분들을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니까 소금처럼 그분들과 잘 어우러져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분들과 함께해 영광이고 행복해요."
- 농구로도 성공했고 방송으로도 성공했어요. "한마디로 운이 좋고 복이 많죠. 물론 없는 복도 있지만요.(웃음) 감사하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농구도 내게 좋은 체격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부분이고, 농구를 하면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려 지금 이렇게 방송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잖아요. 하는 프로그램이 잘될수록, 훌륭한 상을 받았을 때일수록 주접떨지 말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미우새' 모벤져스와도 가까워졌겠어요. "진짜 어머니 같은 분들이에요. '그분들이 없었으면 프로그램이 이렇게 잘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입장에선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것도 놀랍지만, 40세까지 농구선수로 살던 내가 우리나라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예능 프로그램 MC로 앉아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감사해요. 그래서 '인생은 참 알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요. 나이가 들면서 하루하루 삶에 대해 배워 나가는 것 같아요. 말이 안 되지 않나요. 내가 대체 뭔데요." >>③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