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영화전문 감독이었던 것 맞아요" 박훈정 감독이 그려낼 또 다른 신세계다. 주인공부터 여배우다. 남배우도 적재적소 활용했지만 여성 중심의 여성 영화다. 고유의 색깔은 잃지 않으면서 변화를 꾀한 박훈정 감독에게 다시 찾아 올 '신세계'의 영광이 보인다.
8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마녀(박훈정 감독)'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박훈정 감독과 주연배우 김다미·조민수·박희순·최우식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 공개하는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분)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박훈정 감독은 "'신세계' 바로 다음 작품으로 준비했는데 갑작스럽게 '대호'를 먼저 하게 되면서 순서가 밀렸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오래 전부터 고민하던 작품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마녀'를 만든 지금도 인간이 악하게 태어나 선하게 변하는 것(성악설)인지, 아니면 선하게 태어나 악하게 변해가는 것(성선설)인지 나에게는 궁금증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훈정 감독은 그간 '신세계' '대호' '브이아이피' 등 남성 중심의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유명하다. 남성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신세계'는 여전히 박훈정 감독의 대표작이자 꼬리표이기도 하다.
"마초영화 전문 감독이었던 것이 맞다"고 인정한 박훈정 감독은 "그렇다고, 그렇기 때문에 '마녀'를 '여성 액션 영화'로 일부러 주목한 것은 아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것이 컸다.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주인공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다보니 여학생 캐릭터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작 단계에서 '마녀'는 '한국판 공각기동대'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훈정 감독은 "나 역시 '공각기동대'를 굉장히 좋아하기는 하지만 스토리라인에는 차이가 있다"며 김옥빈 주연의 '악녀'와 비교되는데 대해서는 "재미있게 본 영화다. 그러나 '마녀'는 또 좀 다르다. 완전한 액션 영화라기엔 다소 어폐가 있다"고 밝혔다. '마녀' 화제의 중심엔 단연 신예 김다미가 있다. '마녀'를 통해 상업영화 주연 신고식을 치르게 된 김다미는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마녀'의 히든카드이자 향후 충무로를 이끌게 될 복병이다.
"많이 얼떨떨했다"고 당시를 회상한 김다미는 "행운이라 생각했고, 행복한 마음도 컸는데 '어떻게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합격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김다미는 자신이 연기한 자윤에 대해 "자윤은 과거의 기억을 잃은 평범한 소녀다. 의문의 인물을 만나면서 혼란을 겪게 된다"며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고 있었는데 과거 인물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자윤의 입장이나 생각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김다미를 발탁한 박훈정 감독은 "김다미는 전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전무했다. 사실 감독으로서 되게 초조했던 시간이다. 촬영 스케줄은 다가오는데 배우가 없더라. '결국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야하나' 싶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다 김다미 배우가 오디션을 보러 왔는데 '오,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최종 선택 과정에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정을 내렸고, 다미양에게 '됐다, 같이 하자'고 알렸다. 근데 반응이 미지근하더라. '하기 싫은가?' 싶더라. 하도 연락이 없어서 '시놉이 별로니?'라고도 물어봤다. 근데 '괜찮아요'라고 했고, '하긴 할 거냐'는 질문에는 '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녀'는 김다미를 중심으로 조민수·박희순이라는 걸출한 충무로 대표 배우들에 최우식까지 가세해 완벽한 앙상블을 탄생시켰다. 조민수는 극중 자윤의 잃어버린 과거를 알고 있는 닥터 백, 박희순은 자윤을 쫓는 미스터 최, 최우식은 자윤의 일상을 뒤흔드는 미스터리 인물을 연기했다.
박훈정 감독은 "조민수와 박희순 배우를 가장 먼저 캐스팅했다. 기획 자체가 신인 배우를 뽑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 작품을 안정적으로 받쳐줄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해 두 분을 모셨다. 조화가 좋았다"고 흡족함을 표했다. 이번 작품으로 4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조민수는 "박훈정 감독에게 대본 받았을 때 제일 좋았던 것은 원래 남자 역할이 나로 인해 여자 캐릭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캐릭터에 나를 얹혀 생각해준 것이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촬영은 너무 재미있었다.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하고 그만큼 기대치가 크기도 하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총탄을 맞은 적이 없어 자랑하고 싶다"며 "고민을 하면서 활력을 받았던 역할이다. 감독에게 정말 고맙다. 나라는 배우에게 기존에 없던 캐릭터를 주면서 고민을 안 했겠나.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브아이아피'에 이어 '마녀'까지 함께 하게 된 박희순은 "그동안 충무로에서 보기 힘든 여성 캐릭터의 향연이다. 배경이 될 지언정 이 영화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연기를 하고자 했다. 감정이 주로 눈으로 드러나는 캐릭터라 그 속내를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또 "박훈정 감독이 이번에는 진짜 모든 것을 쏟아붓는 느낌이었다. 원래 같으면 필요없는 장면은 애초 찍지를 않는데 '마녀' 촬영 땐 마음에 들 때까지 끝장을 보더라"고 박훈정 감독의 달라진 면모를 대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마녀'를 통해 파격 변신을 꾀하는 최우식은 "역할 이름이 귀공자라 부담을 많이 느꼈다. 미스터리한 인물이고,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닥터 백 선생님이 오더를 내리면 사냥을 하는 사냥개 같은 인물이다"고 소개했다.
최우식은 "처음에 감독이 호출해 사무실에서 대본을 처음 봤는데 이름부터 눈에 띄더라. 감독님께 '제가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이 친구의 비주얼과 액션을 보면서 계속 '제가 할 수 있을까요?'라고 여쭤봤다"며 "근데 감독님께서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 그간 발랄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좀 삐닥하고 액션도 엄청 강력하다"고 설명해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