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8)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르타크스타디움에서 베이스캠프 복귀 이후 첫 훈련을 치렀다. 스웨덴전 전까지만 해도 밝고 자신감 넘치던 훈련장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은 채였다. 전날 니즈니노브고로드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전 결과가 미친 영향 때문이었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0-1로 패해 독일과 함께 F조 최하위로 밀렸다. 남은 2경기에 16강 진출의 희망을 걸어야 하는 신세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그런 독일을 조별리그 1차전에서 잡은 멕시코를 상대로 한국이 16강 진출을 달성할 확률은 희박한 편이다.
2, 3차전이 가시밭길이라는 것을 알기에 신 감독은 1차전 스웨덴전에 '올인'을 선언했다. 그나마 '해 볼 만한' 상대인 스웨덴을 잡고 1승을 챙긴 뒤 2차전 멕시코, 3차전 독일과 경기서 최선의 결과를 노려 보겠다는 시나리오였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 보니 스웨덴은 생각했던 만큼 위협적인 팀은 아니었다. '경계 1순위'였던 에밀 포르스베리(27·라이프치히) 마르쿠스 베리(32·알아인)는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으나 결국 골은 비디오 판독(VAR)으로 얻은 페널티킥에서 나왔다. 수비 역시 단단하긴 했으나 뚫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한국이 그런 스웨덴을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기 전반 초반까지 라인을 끌어올려 스웨덴 문전을 위협하는 듯싶었으나 그뿐이었다. 전반 28분, 박주호(29·울산 현대)가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김민우(28·상주 상무)와 갑자기 교체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공격은 매끄럽게 풀리지 않았고 수비는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과 골키퍼 조현우(27·대구 FC)의 분전이 아니었다면 몇 골을 더 내줄 수도 있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스웨덴의 '레전드 스타' 헨리크 라르손(47)은 "한국의 경기력은 매우 나빴다. 특히 경기 종료 10분을 남겨 둔 시점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혹평하며 "전술적으로 스웨덴은 정확히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렸다. 스웨덴은 승리를 가져갈 자격이 충분했다"고 자국의 승리에 기뻐했다. 한국으로선 입맛이 쓰지만 반박할 수 없는 얘기다.
문제는 다음이다. '올인'을 선언했던 스웨덴전 결과가 패배로 돌아오면서 신태용호의 부담은 두 배, 세 배로 커졌다. 안 그래도 전날 독일이 멕시코에 덜미를 잡히면서 이미 희망적인 16강 시나리오는 어그러진 상황이었다. 독일이 3전 전승을 거두고 조 1위를 확보하면 2위 싸움에서 스웨덴, 멕시코와 다퉈 보려는 심산이었는데 멕시코의 승리로 혼전 양상이 됐다. 여기에 승점 3점을 목표로 했던 스웨덴전까지 놓쳐 기대를 걸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제 문제는 16강이 아니라 까딱하면 3전 전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어떻게 피하냐다.
2차전 상대인 멕시코는 1차전에서 '최강' 독일을 제압하고 한창 분위기가 올라 있다. 특히 독일전에서 득점 주인공인 이르빙 로사노(23·에인트호번)를 비롯해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웨스트햄) 미겔 라윤(30·세비야)을 앞세운 역습은 '전차군단' 독일도 무릎 꿇릴 만큼 위협적이다. 독일을 고전하게 만든 멕시코의 빠르고 위협적인 역습을 어떻게 막냐가 관건이다. 신 감독도 스웨덴전 기자회견에서 "멕시코는 기술이 좋고 역습이 빠른 팀이다. 우리에게 힘든 상대"라고 평가하며 어려운 경기가 될 것임을 순순히 시인했다.
스웨덴전에선 패배로 꼬여 버린 시나리오 못지않게 뼈아픈 손실도 있었다. 바로 박주호의 부상이다. 박주호는 스웨덴전에서 공중볼을 잡다가 오른쪽 허벅지 근육을 다쳐 들것에 실려 나갔다. 햄스트링 파열이 예상되는 가운데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지만, 멕시코전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부상당해 실려 나오기 전까지 수비는 물론 오버래핑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박주호가 전력에서 이탈하는 것은 여러모로 큰 손실이다. 더구나 공격진 두 선수인 김신욱(30·전북 현대)과 황희찬(22·잘츠부르크)이 나란히 경고 한 장씩을 받은 상태다. 만약 멕시코전에서 경고 한 장을 더 받는다면 독일전에 뛸 수 없게 된다. 공중볼 싸움 때 상대와 다툼을 벌이는 김신욱, 저돌적인 돌파 능력으로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는 황희찬 모두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별리그 시나리오는 이미 꼬여 버렸지만, 남은 경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3전 전패'의 오명을 쓰지 않는 일이다. 한국이 월드컵 무대에서 3전 전패를 기록한 것은 1990 이탈리아월드컵으로, 당시 벨기에(0-2 패)와 스페인(1-3 패) 우루과이(0-1 패)에 모두 져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