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 꽃이 피면서 가수 정인도 덩달아 바빠졌다.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무대에 올라 '오르막길'을 열창한 이후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MBC '라디오스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출연은 물론, 인터뷰 중간에도 그를 찾는 전화에 이메일을 열어야만 했다.
지난 14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코너에서는 정인의 '오르막길'이 울려퍼졌다. 손석희 앵커는 "결국 오르고야 말 아득한 저 끝을 노래하고 있다. '그 때 까지는 꼭 서로 손을 놓치더라도 걱정하지말자.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난다'는 가사 하나만으로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 첫 자리에 놓일만한 자격이 있는 노래였다"고 노래를 소개했다.
정인은 처음 '오르막길'을 받아들었을 때만해도 정치와 연관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요즘엔 자신이 새로운 오르막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고백했다. "한동안 아내이자 엄마로 일상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는데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나는 누구지, 지금은 여기 어디일까' 이런 느낌이 들면서 무대를 망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어요. 처음 느낀 감정이에요."
정인은 이 두려움을 몸으로 깨기로 했다. 더 많은 무대에 올라보고, 처음 연기에도 도전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 안에 새 앨범도 낼 거예요. 빠르면 여름이 될 수도 있고요"라며 활동에 기대를 당부했다.
-평양의 여운이 길죠.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평양에서 사온 기념품들 꺼내면서 또 한 번 실감했어요. 아쉬운 게 있다면 마지막 뒤풀이 자리에서 먹지 못하고 온 음식들이요. 회견장이 넓어서 온냉코너가 나뉘어 있었는데 저는 온음식은 맛도 못보고 왔어요."
-평양 기념품은 뭔가요. "40도 술을 사왔는데 독한 소주랑 비슷한 맛이더라고요. 제가 도수가 높은 술을 좋아하거든요. 소주도 상온에 두고 먹는 걸 좋아해요. 딸을 두고 나와서 이렇게 이야기하니 술이 더 잘 들어가네요. 안주도 같이 사왔어요. 매운 닭발이라는데 하얀색이더라고요. 햄도 사고 통오이절임, 마늘장아찌랑 반찬거리 장봤어요(웃음). 호랑이 자수가 들어간 파우치도 사고 검버섯에 좋다는 크림도 사고 이것저것 많이 들고 왔네요."
-국내에선 냉면이 화제였잖아요. "저는 원래 평양냉면 좋아해서 기대가 됐어요. 오히려 남측의 평양냉면보다 대중적인 스타일이더라고요. 안내원 분한테 '원래 이렇게 맵게 먹는 거냐'고 양념장 넣기 전에 물었는데, 오히려 '왜 양념을 넣지 않느냐'고 의아해하더라고요. 소통이 잘 안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빨갛고 맛도 진했어요."
-평양말도 배워왔나요. "거리 간판에 '남새과일 상회'라고 써있어서 뭐냐고 물었는데 '남새'가 채소라고 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또 안내원이랑 대화를 나눴는데 남편을 '세대주'라고 호칭하더라고요. 우리집 세대주는 전데. 하하하."
-공연 오프닝을 장식했는데 떨리지 않았나요. "제 이름이 큐시트 처음에 써 있어서 좋았어요. 부담감도 있지만 오래 기다릴수록 긴장되니까 차라리 빨리 하고 끝내는 게 좋겠더라고요. 일단 허밍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었던 것 같아요. 큰 무대에서 해보지도 않은 허밍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윤상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셨어요."
-평양에서 정인 씨를 부른 이유는 뭘까요. "윤종신 선배님이 쓴 '오르막길' 덕분인 것 같아요. 제 짐작이지만, 그 누구도 섭외 이유를 말해주진 않았고 저도 물어보진 않았으니까요. 윤종신 선배님이 '신기하다, 잘 다녀와라'라고 응원해주셨어요. 선배님 기운이 '좋니'부터 쭉 좋은 것 같아요."
-북한 가수와도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 무슨 대화를 나눴나요.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말은 제가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20대 초중반에 저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었어요. 그 분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 분들이 프로라서 알아서 반주에 들어오시더라고요."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하겠어요. "통일이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동안 협업을 많이 해온 편인 것 같아요. 갇혀 있지 않고 여러가지 시도를 나름대로 많이 해왔어요. 제 목소리가 은근히 록이나 EDM 장르에도 잘 묻어가요. 그런 자신감도 있고요. 누구나 좋은 노래가 있다면 협업을 고민해 볼래요."
-평양에 같이 다녀온 레드벨벳과의 협업은 어떨까요. "그 친구들 너무 좋아요. 웬디도 노래를 잘하고 좋죠. 그런데 제가 누가 될 것 같아요. 평양에서 진지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 하고 게임하고 팔뚝 때리면서 놀다 왔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