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멕시코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이 끝난 24일(한국시간), 로스토프 아레나 믹스트존에서 골키퍼 조현우(대구 FC)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페널티킥 상황을 얘기하던 도중, 누군가 다가와 조현우의 어깨를 툭 쳤다. 동료겠거니 하고 돌아본 조현우가 깜짝 놀랐고 인터뷰를 하던 기자도 깜짝 놀랐다. 상대팀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33·스탕달 리에주)였다. 믹스트존을 통과해서 지나가던 오초아는 조현우에게 엄지를 치켜세웠고, 먼저 악수를 청해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
오초아의 인사를 받은 남자, '대 헤아' 조현우는 이번 월드컵에서 입지가 가장 크게 변화한 선수 중 한 명이다. 대표팀의 서드 골키퍼에서 첫 경기부터 주전으로 나서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조현우는 단숨에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1, 2차전이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외신 기자들이 조현우를 붙잡고 영어와 서툰 한국어로 질문하는 모습도 보였다.
1차전 스웨덴전 선방쇼로 전세계에 눈도장을 찍은 조현우는 2차전에서도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를 필두로 한 멕시코 공격수들의 거센 슈팅을 전체적으로 잘 막아내며 활약했다. 비록 두 경기 연속 페널티킥 실점을 한 데다 멕시코전에선 치차리토에게 필드골도 내줬지만, 마냥 조현우의 탓을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그의 활약이 빛바래진 않았다.
월드컵 첫 출전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모습과 위기 때마다 빛나는 판단력, 연이은 선방쇼는 2패로 침체된 한국 축구대표팀의 몇 안되는 위안이었다. 스웨덴전 패배에도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경기 MVP에 뽑히고, 멕시코전이 끝난 뒤엔 상대 골키퍼가 먼저 인사를 청할 정도로 조현우의 활약은 뛰어났다.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치러야 할 오는 27일 독일과 3차전에서도 조현우의 선방쇼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1, 2차전을 잘 치른 조현우지만 3차전 상대 독일은 지금까지와 부담감의 수준이 아예 다르다. '전차군단'으로 불리며 막강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독일은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 율리안 드락슬러(파리 생제르맹)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 등 쟁쟁한 선수들을 앞세워 한국 골문을 노릴 예정이다.
더구나 독일전에는 한국의 16강 희망이 걸려있다. 실낱같긴 하지만, 독일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는 건 기본이고 실점도 줄여야하는 상황이라 골키퍼의 부담이 크다. 이변이 없는 한 3차전도 조현우의 선발이 예상되는 만큼, 전차군단의 돌격을 막아내는 '최후방 수비수'로서 그의 활약은 1, 2차전 이상으로 중요하다. 또한 독일의 주장이자 '스위퍼 키퍼'의 대명사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와 맞대결도 빼놓을 수 없는 볼 거리가 될 예정이다.
월드컵 개막 전까지만 해도 서드 골키퍼로 러시아 땅을 밟았던 조현우는 이제 당당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우뚝 섰다. 외신 기자가 "영국 무대에 진출하고 싶은 생각이 있냐"고 질문할 정도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한다면, 노이어 못지 않은 존재감으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 혹시 아는가, 멕시코전이 끝난 뒤 오초아가 그랬듯 독일전 이후 노이어도 조현우의 어깨를 두들기며 인사를 건네게 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