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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707. 정치 지망생
옛날 피라미드에는 ‘요즘 젊은이들은 예의가 없다’는 식의 문구가 있었다고 한다. 기원전 건축물에도 젊은 세대들에게 한 훈계가 새겨져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사람은 누구나 젊은이였던 시절이 있다. 그 시절에는 혈기 왕성하게 시대를 개탄하고, 새로운 정치를 추구한다.
그들은 변화를 추구해 정치를 시작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고, 나이가 들어 중진이 되면 젊은 시절에 가졌던 혈기와 의욕은 사라지고 온데간데없다. 이번 지방선거를 바라보면서 ‘변하지 않으려면 변해야 한다’는 말의 힘을 다시금 느꼈다.
선거는 민심의 척도다. 민심이 엄준한 심판을 내렸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비방하면 정치는 발전할 수 없다. 세상에서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공유되는데도 여전히 구시대의 편협한 인신공격이나 일삼는 정치인들은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밖에 없다.
세상은 달라졌다.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달라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다.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곧 북미 간 핫라인이 움직일 조짐이다. 이런 시대에 위정자들은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한국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과거에 전옥이라는 유명한 배우가 있었다. 그녀의 별명은 ‘눈물의 여왕’. 그녀가 울면 관객 모두가 울었고, 그녀가 웃으면 관객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만약 전옥이 살아서 무대로 돌아온다면, 관객들은 그녀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일제 강점기,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던 대배우였지만 이미 국민의 정서는 달라졌다. 남을 울리려면 자신이 너무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울고 싶은 심정을 웃으면서도 잘 전달할 수 있는 연기가 필요하다.
지인을 통해 정치가 꿈인 법조인을 만났다. 그 사람이 왜 자꾸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다. 법조인은 정의감이 누구보다 투철하지만 정치와 법정은 분명 다르다. 그에게 정치를 만류하며 이런 이야기를 해 줬다.
매우 가정적인 50대 가장이 있었는데, 그는 회사가 끝나면 정시에 퇴근해 자녀들의 숙제를 봐 주고, 아내의 가사까지 헌신적으로 도왔다. 그 흔한 회식도 참석하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았으며 담배도 안 했다. 누가 봐도 헌신적인 가장이었지만 아내는 그에게 황혼 이혼을 선언했다.
이유는 숨 막히는 결혼 생활이었다. 남편의 시계처럼 정확하고 부지런한 삶이 가족들을 힘들게 했다. 아내는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자유가 없었다. 오로지 아버지의 스케줄에 따라 부지런히 살아야만 했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며 “나도 내 인생을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50대 가장은 나에게 하소연했다. “바람 한 번 피운 적 없이 가족들을 위해 앞만 보고 살아온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건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다만 낭만과 인간미가 결여됐다. 가족에게는 헌신적인 아버지뿐 아니라 인생의 참된 의미를 알게 해 주는 아버지도 필요했다. ‘일등 아버지’란 생각은 본인만 한 착각인 셈이다. 법조인으로는 최고일지 몰라도, 정치는 또 다른 판이다. 정치인에게는 낭만과 매력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정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국정을 논하지만, 의사·법조인·과학자·교수·방송 언론인으로서 조금 유명해졌다고 해서 정치에 뛰어드는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정말 정치를 잘하는 사람 그리고 본분을 지키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