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7일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 독일과 조별리그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독일은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이자 FIFA 랭킹 1위로 세계 최강호다. 한국은 57위. FIFA 랭킹이라는 '숫자'로만 봤을 때 절대 이길 수 없는 팀이다. 한국이 '대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이유다.
하지만 '숫자'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경기도 하기 전에 미리 패배를 확신하는 것 역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예상과 다른 경기 흐름이 나올 수 있고, 해볼 만할 수도 있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역사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FIFA 랭킹 1위를 만나는 것은 역대 '두 번째'다.
FIFA 랭킹은 1993년 도입됐고, 이후 한국은 월드컵에 여섯 번 출전했다. 이 중 랭킹 1위와 붙은 적은 단 한 번 있다.
1994 미국월드컵에서 첫 만남이 이뤄졌다. 1998 프랑스월드컵 1위는 브라질, 2002 한일월드컵 1위는 프랑스였다. 2006 독일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브라질이 정상에 있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이 1위에 위치했다. 한국은 1994년을 제외하고 1위 팀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1994년 1위는 어느 팀인가.
그때도 독일이었다. 그때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었다. 한국은 랭킹 37위. 숫자로는 상대가 안 됐다. 독일은 1990 이탈리아월드컵 챔피언 자격으로 미국으로 왔다. 한국은 이탈리아월드컵에서 3전 전패를 당한 '승점 자판기'였다.
당시 독일은 위르겐 클린스만·로타어 마테우스·카를하인츠 리들레·안드레아스 브레메 등 이탈리아월드컵 우승 주축 멤버들이 건재를 과시하는 팀이었다.
세계 축구를 지배한 독일과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아시아의 변방 한국의 1994 미국월드컵 C조 3차전 맞대결을 앞두고 내린 전망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일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선전할 수 있다는 목소리는 '비웃음'으로 돌아왔다.
뚜껑을 열자 반전의 결과가 나왔다.
전반전은 전형적인 1위와 37위의 경기였다. 한국은 독일의 기세에 눌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특히 한국 골키퍼 최인영은 실책을 연발하며 전반에만 3실점을 허용했다. 전반 12분 클린스만의 선제골, 전반 20분 리들레의 추가골 그리고 전반 37분 클린스만의 세 번째 골까지 터졌다.
반전은 후반전에 일어났다.
한국은 정신적으로 무너진 최인영을 빼고 이운재를 투입했다. 경기 중 골키퍼 교체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 카드는 성공했다. 이운재가 단단하게 한국 골문을 틀어막자 공격이 살아났다. 후반 7분 황선홍의 골, 후반 18분 홍명보의 골이 연이어 터졌다.
후박 막판으로 가자 독일은 체력적으로 완전히 지쳤고, 투혼을 앞세운 한국은 세계 1위 독일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엄청난 공세 속에서도 마지막 1골을 넣지 못해 아쉽게 2-3으로 패배했다.
모두가 비관했던 1위와 펼친 싸움에서 한국이 얻어 낸 결실이었다. 전반전에는 밀렸지만 후반전에는 압도했다. 전체적으로 '대등한' 경기였다.
독일 언론은 "5분만 더 있었다면 독일은 한국에 졌다"고 보도하며 한국의 경쟁력을 인정했다.
한국-멕시코 당시 독일전이 열린 날은 1994년 '6월 27일'이다. 정확히 '24년' 후 한국은 다시 한 번 세계 1위 독일을 만난다.
24년 전 대표팀은 독일에 졌지만 국민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24년 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국민들이 대표팀에 원하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처럼 죽기 살기로 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