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벌써 푹푹 찐다. 이미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워낙 더워서 '대프리카'라고도 한다. 이런 무더위에 대구를 여행하라고 하면 욕먹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무더위에도 대구에서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추천한다. 한여름 밤의 더위를 시원한 맥주와 치킨으로 잊게 해 줄 '치맥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치킨의 고장 대구에서 맛볼 수 있는 유명한 음식 몇 가지도 함께 추천한다. 이제 '대구에 가면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은 하지 말자.
대구의 상징 축제, 치맥 페스티벌
'교촌치킨' '땅땅치킨' '처갓집 양념통닭' '멕시카나' '호식이두마리치킨' '스모프치킨' '또이스치킨' '종국이두마리치킨' '별별치킨' '치킨파티'의 공통점은 치킨프랜차이즈? 맞다. 그러나 정확한 답은 아니다. 이들은 모두 대구에서 시작된 치킨 체인점이다.
대구가 왜 치킨의 메카가 됐을까.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께 제작된 대구시 전도를 보면 유명한 서문시장에서 닭을 파는 집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닭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피폐해진 국민에게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변한 대구 수성구 황금동 일대를 중심으로 산란계 사육농장과 부화장, 닭을 잡는 도계장 등이 들어서면서 닭 산업이 발전하게 됐다고 한다. 1970년대부터 계육 가공회사도 칠성시장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 대구뿐 아니라 구미와 포항 등지 산업단지의 인구가 늘면서 닭 소비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대구 곳곳에 닭 부위를 파는 특화 시장이 생겨났다. 칠성시장에는 닭 내장 볶음집이, 수성못 인근에는 닭발집이, 동구 평화시장에는 닭똥집 골목이 형성됐다. 이 중 닭똥집 골목은 지금도 젊은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진주통닭' '뉴욕통닭' '만수통닭' 등 시장통에서만 수십 년째 명성을 이어 오는 통닭집들도 부지기수다.
물론 지금은 대구에 있던 많은 닭 사육 농장 등이 인근 지역인 경산 등지로 이전해 나가고 없지만 여전히 대구는 닭, 즉 치킨 산업의 메카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런 치킨 산업의 성지에서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구에서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역사가 오래되진 않았지만 단기간에 대구를 대표하는, 아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축제로 자리 잡았다. 매년 100만 명이 몰리는데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올해 치맥 페스티벌은 오는 7월 18~22일 대구시 두류공원 일대와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이월드, 서부시장 모미가미거리 등지에서 열린다. 푸른 잔디밭에서 시원하게 맥주 한잔할 수 있는 대형 식음 공간을 비롯해 스탠딩 맥주바, 축하 공연, 먹방 스튜디오, 치맥 아이스 카페, 미니 풀장, 치맥 비치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다양한 면 문화 발달한 대구
지금은 평양냉면 열풍이다. 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했는데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시 김정은이 평양냉면을 갖고 온 뒤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평양냉면집으로 향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집은 어디 있을까? 대부분 서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구에 있다. '부산 안면옥'이다. 대구에 있는데 부산 안면옥이라? 사연이 있다.
원래는 평양에 있었다. 1905년 '안면옥'으로 개업했는데 6·25 전쟁 때인 1953년 월남해 전남 여수와 부산에 똑같은 상호로 영업을 이어 갔다. 그리고 1969년 대구로 이전해서도 부산 안면옥이라는 상호를 그대로 내다 걸었고 현재 자리에서만 50년째 영업하고 있다.
사시사철 영업하는 서울 냉면집과 달리 이 집은 4월부터 9월까지만 영업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냉면은 겨울 음식이지만 이상하게도 대구 사람들은 추울 때 냉면을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10월부터 문을 닫습니다." 주인장의 설명이다.
대구 사람들은 부산 안면옥의 육수가 심심하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유명한 '필동면옥'이나 '평양면옥' '을지면옥'에 비하면 간이 좀 센 편이다. 육수를 낼 때 풍기 인삼을 넣는 것 또한 특징이다. 음식점 입구에서 육수를 우려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구에는 유명한 냉면집이 또 있다. 1951년 문을 연 '강산면옥'과 '대동면옥'도 대구 사람들이 사랑하는 유명한 냉면집이다. 이 밖에 대구에는 네티즌들이 전국 5대 짬뽕이라고 이름 붙인 '진흥반점' 짬뽕도 유명하고 대구 서문시장에는 다양한 국숫집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