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박성웅 주연의 '라이프 온 마스'는 2006년 영국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했다. 현재에서 과거로 간 형사를 중심으로 경찰서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미드(미국드라마) 영드(영국드라마) 리메이크 성적은 좋지 않았다. 서강준·박정민·조진웅 주연의 '안투라지'와 한가인 주연의 '미스트리스'는 처참한 0%대 시청률로 참패했다. '크리미널 마인드' '굿 와이프'는 시청률이 저조 하진 않았지만 이준기·전도연 등의 이름값엔 미치지 못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이프 온 마스'는 8회만에 OCN 역대 시청률 5위에 해당하는 4.7%를 기록했다. 기존의 리메이크작과 무엇이 다를까. 촘촘한 1988년 배경 재현 가장 눈에 띄는 건 배경이다. 1988년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당시 건물과 소품을 사용한다. 놀라운 건 세트도 있지만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진행한다. 소품은 기존의 것을 활용하고 차량은 래핑으로 세월의 흔적을 씌운다. 가장 중요한 건 길거리. 특정 도시의 거리를 1988년대로 싹 바꿔놓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촬영지는 대부분 부산이며 대전·진해·서천·안성 등도 오간다. 촬영장소가 잡히면 해당 거리 가게 간판을 바꾸고 차량을 새로 세팅한다. 배우들의 의상만 신경쓰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1988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배우 고아성도 "촬영 장소가 화려하다. 부산·대전·안성에서 주로 촬영하는데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면 촬영지를 바꾼다. 옛날로 돌아가는 기분이고 1980년대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아 신기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담배·욕설까지 리얼한 장치 앞서 여러 리메이크작이 실패한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원작의 리얼리티를 살리지 못해서다. '안투라지' '미스트리스' 등은 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지만 한국형 드라마로 넘어오다보니 이것저것 잘라낼 게 많았다.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 한 결과물을 낳은 이유다. '라이프 온 마스'는 실감나다. 1988년도에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에서도 흡연이 가능했다. 어딜가도 담배피는 사람이 넘쳐나던 시절. 드라마 속 불붙은 담배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욕 또한 가감없이 내보낸다. 쌍스러운 욕이 아니고선 리얼함을 강조하려고 '삐'처리 하지 않고 내보낸다. 제작진은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실내 흡연과 욕설이 난무하던 1988년도 경찰서와 거친 형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자 고증에 많은 시간은 들였고 이를 방송법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실감나게 담아냈다"고 전했다. 정경호 및 배우들의 현실 연기 30년을 거슬러 온 정경호(한태주)는 본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이명처럼 귓가를 자극하는 2018년의 사람들. 1988년에 적응해 사건을 해나가지만 머리에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쓰러지기 일쑤. 여기에 아버지는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있으나 자신이 도와줄 건 없다. 이런 모든 과정이 한 주에 휘몰아칠만큼 전개가 빠르다. 박성웅도 10㎏를 증량할만큼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다. 경찰서 막내로 등장하는 노종현도 다른 배우가 먼저 캐스팅됐다가 긴급하게 바뀌어 투입됐음에도 자기 몫을 120% 해내고 있다. 7회에서 '지강헌 사건'을 재현한 주석태와 정경호의 아빠로 나오는 전석호 등 조연들의 연기도 볼거리다.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시청률 추이(닐슨코리아 기준) 1회 2.1% 2회 3.1% 3회 3.3% 4회 3.8% 5회 3.1% 6회 4.0% 7회 3.8% 8회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