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아시아 대표 일본이 3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아레나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전 벨기에전에서 패하며 본선 무대에서 퇴장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세 번째, 자국 역사상 첫 번째 8강 진출을 노렸던 일본은 2-0으로 앞서다 후반 막판에 3골을 내주면서 2-3 역전패를 당해 염원이 무산됐다. 조별리그 성적이 가장 좋았던 일본은 1승1무1패(승점 4)로 H조 2위에 올라 16강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 벨기에를 만났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월드컵 8강을 밟아 보지 못한 일본은 후반 들어 수비에서 무너지며 또다시 16강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아시아에서 이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팀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이란·호주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일본을 제외한 4개국은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다. '늪 축구'를 앞세운 이란은 강호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와 한 조에 묶여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했으나 조 3위로 밀려나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개막전에서 개최국 러시아에 완패했으나 이집트를 잡고 1승2패(승점 3)로 3위를 지켰다. 한국 역시 1, 2차전에서 스웨덴과 멕시코에 2연패를 당하고도 마지막 경기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1승2패(승점 3)로 3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의 강호 호주는 프랑스·덴마크·페루와 한 조가 돼 1무2패를 기록, C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월드컵 무대에 꾸준히 도전해 왔지만, 여전히 세계 축구에서 아시아는 '변방'에 불과했다. 이제껏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 본선에서 8강 이상에 오른 것은 단 두 차례로, 1966 잉글랜드월드컵 당시 북한(8강)과 2002 한일월드컵 때 한국(4강)뿐이었다. 이후 16년 동안 8강에 오른 아시아팀은 없었고, 이번에도 8강 무대는 아시아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일본이 16강에 오른 것이 그나마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다.
또다시 본선은 유럽과 남미팀들의 대결로 굳어졌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다. 16강에 진출한 팀 중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비롯해 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덴마크·크로아티아·스위스·스웨덴·벨기에·잉글랜드 등 10개국이 유럽이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우루과이·콜롬비아 등 남미팀이 4개 그리고 멕시코(북중미)와 일본(아시아)이 한 자리씩 차지했다. 이 중 북중미와 아시아 대표인 멕시코와 일본은 나란히 16강전에서 탈락하며 남은 토너먼트는 유럽 대 남미의 대결로 굳어지게 됐다.
유럽팀과 남미팀만 남은 러시아월드컵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역대 최다 우승국' 브라질의 행보다. 16강전에서 멕시코를 꺾고 7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한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통산 여섯 번째 월드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독일과 스페인이 각각 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 탈락하며 경쟁자가 줄어든 것도 브라질의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한 가지 걸림돌이라면 이번 대회가 유럽에서 열린다는 점 정도다. 지금껏 유럽팀들은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독 강세를 보여 왔다. 유럽에서 열렸던 열 차례 월드컵 중 아홉 번을 유럽팀이 우승했고, 단 한 차례 예외가 바로 1958 스웨덴월드컵 때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60년 만에 다시 한 번 유럽 땅에서 월드컵을 들어 올리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