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10주년 히든카드 '앤트팬과 와스프',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세번째 작품 '변산(이준익 감독)'이 한 날 한 시 나란히 맞붙는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시빌 워’ 사건 이후 히어로와 가장의 역할 사이 갈등하는 앤트맨과 새로운 파트너 와스프의 예측불허 미션과 활약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 '변산'은 인생이 꼬일 대로 꼬인 순간, 동창 선미(김고은)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된 빡센 청춘 학수(박정민)의 인생 최대 위기를 그린 유쾌한 드라마다.
기본적인 사이즈부터 다른 두 작품이다.
먼저 마블 히어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앤트맨과 와스프'는 그 자체만으로도 장엄한 대서사시를 예고한다. 마블 수장 케빈 파이기가 "'앤트맨과 와스프'는 '어벤져스4'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며 스포아닌 스포를 날린 덕에 마블 팬들에게 '앤트맨과 와스프'는 안 그래도 챙겨보려고 했던 작품에서 더 더욱 꼭 챙겨봐야 하는 작품으로 올라섰다. 80%에 육박하는 예매율이 이를 증명한다.
마블은 매 시리즈마다 '형보다 나은 아우' 임을 입증시켰다. '앤트맨과 와스프'도 예외는 아니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앤트맨 특유의 액션과 유머는 그대로 살렸다. 마블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여성 캐릭터들도 빛난다. 히어로, 빌런 할 것 없이 매력 넘친다. 특히 새로운 여성 빌런 고스트는 기존 빌런들과는 달리 절대 악이 아니라 신선하다. 고스트의 절박함은 관객들에게 뜻밖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든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는 전 연령층이 타켓 대상임을 시사한다.
때문에 올해 국내 개봉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작을 뛰어 넘는 시리즈 신기록 정도는 기대해 볼만 하다. 또 최근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블랙 팬서'를 넘고 흥행 2위에 오른 만큼 '앤트맨과 와스프'가 다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기록을 깨고 마블의 자존심을 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그렇다고 '변산'을 그저 그런 작은 영화로 앝보면 큰 코 다친다. 마블과의 싸움에 도전장을 내민 유일한 한국 영화라는 것 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이 같은 장외대결은 '변산'의 스토리, 그리고 '변산'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랩 오디션 7전8기에 도전하는 무명래퍼 주인공의 설정은 스크린 전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준익 감독은 랩을 통해 청춘과, 청춘을 앓는 주인공의 아픔을 대변했다. "‘힙합’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과 조금 더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는 소재일 뿐만 아니라 진실된 시선을 담아내는 도구로서 관객들에게 보다 풍부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는 이준익 감독의 마음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은 청춘 아이콘 박정민과 김고은이다. 두 사람 모두 이준익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흔쾌히 참여의 뜻을 전했다. '동주'를 통해 그 해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쓴 박정민은 '변산'으로 생애 첫 원톱 주연이라는 변곡점을 또 한번 찍게 됐고, 김고은은 "이준익 감독님 작품에 박정민 배우가 출연하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나에겐 기회였다. 감독님의 다음 작품도 노리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박정민·김고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변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신선함이 곧 무기다. 랩하는 박정민도 눈길을 끌지만 풀리지 않는 인생에 예민함의 끝을 달리며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강자 앞에서는 굴복하는 박정민의 생활연기는 웃음과 짜증, 동정과 애정을 모조리 동반하게 만든다. 김고은은 멜로 작품보다 더 러블리한 매력을 연기화하며 평범함 속 웃음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이는 100% 김고은의 능력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스크린 판도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새 박스오피스 왕자는 이변없이 마블이 차지하게 될지, '변산'이 의외의 복병으로 반짝반짝 빛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