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단한 선수가 아닌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K리그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27·대구 FC)가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4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현우는 이번 월드컵에서 최고의 스타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독일은 슈팅 26개를 몰아쳤다.
조현우는 처음부터 신태용호의 주전 수문장이 아니었다. 지난 2015년 11월 첫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지난해 11월 세르비아와 친선경기에서 김승규 대신 출전한 것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첫 국제 무대를 경험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세계 최고의 '거미손'으로 통하는 마누엘 노이어가 버틴 독일전에서 당당히 최우수선수(MOM)를 차지했다. 외신도 조현우의 선방을 극찬했다.
K리그 팬들 사이에선 이미 실력을 검증받았다. 2013년 대구 FC에 입단한 조현우는 2부리그로 강등됐던 팀을 1부리그로 이끌었다. 조현우는 2015~2016년 2년 연속 2부리그 '베스트 골키퍼'로 선정됐다. 그는 지난해 1부리그에 복귀해서도 뛰어난 선방을 이어 갔다. 팬들은 이런 그를 '대 헤아(대구의 데 헤아)'라고 부른다. 스페인 대표팀 수문자 '데 헤아'처럼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 닭벼슬처럼 세우고 경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대구의 데 헤아'에서 '한국의 데 헤아'로 자리매김한 조현우는 오는 8일 FC 서울과 K리그1(1부리그) 경기에서 다시 팬들 앞에 선다.
- 인기를 실감하나. "귀국하는 순간부터 환호해 주셔서 믿기지 않았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 쉬었고, 그 이후부터 일정에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길을 걸어가도 팬들이 알아봐 주셔서 너무 행복하다. '조현우'라는 이름을 알아 주셔서 설렌다." - CF 제의가 쏟아진다는데. "자세한 것은 구단, 에이전트와 얘기해 봐야 한다. 확실한 것은 구단과 미팅해 봐야 할 것 같다. CF를 찍는다면 K리그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연합뉴스
- 1차전 선발 얘기를 들은 것은 언제인가. "스웨덴전 당일 호텔에서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알았다. 스웨덴이 공중볼에 강한 팀이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는 생각에 준비를 많이 했다. 실점했지만 좋은 선방도 나왔다고 생각한다. 신태용 감독님도 그런 흐름을 다음 경기에서 이어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또 투입한 것 같다. 비록 16강엔 가지 못했지만,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 월드컵 준비는 어떻게 했나.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더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공중볼을 잡는 범위를 넓히기 위한 훈련이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팬들이 원하는 골키퍼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잠을 줄여 가며 상대 골잡이들을 분석했다."
- 사실 대표팀의 '신데렐라'인데, 언제부터 주전 욕심이 생겼나. "처음 대표팀에 뽑혔을 땐, 뽑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A매치를 관전하고, 또 직접 뛰면서 나만의 플레이를 팬들에게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조현우를 알릴 수 있어서 좋았고, 한국 골키퍼도 유럽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 줘서 기분 좋다. 내가 아니더라도 한국 골키퍼들의 미래는 밝다."
- 월드컵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아시아팀들이 '졸고' 들어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번엔 오히려 독일이 더 긴장하고 있더라. 아시아팀들이 유럽에 나가서 더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들어가면 전반전부터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하게 된 이유와 의미는. "아내가 이 머리를 좋아한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대구 FC 팬들도 정말 좋아하고, 따라해 주시는 분도 많다. 은퇴하기 전까지 이 머리를 고수할 것 같다. 스페인 대표팀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 선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따라 하려고 했다."
- 골키퍼 중 롤 모델은. "김병지 선배님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자신감을 배우고 싶다. 배포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맞대결한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의 플레이를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을 칭찬하고 싶다."
- 유럽 진출에 대한 욕심은. "유럽 진출은 민감하지만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꼭 나가서 보여 주고 싶다. 대한민국 골키퍼로서 유럽에 진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 유럽 진출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리그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것처럼 월드컵을 준비했다. 리그에서 하는 것처럼 경기했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영광이다. 유럽 진출을 준비한다면, 트렌드에 맞는 발이 좋아야 하고 공중볼도 더 좋아야 한다. 팬들이 내 체형이 말랐다는 말을 많이 해 주시는데, 이 순간부터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 아내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참 많이 했다. "대구 FC가 K리그2로 강등됐을 때 힘들었는데 늘 '최고'라고 말해 줬다. 스웨덴전 전날 아내에게 내 마음과 부담감을 털어놓은 손편지를 적고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기도 했다. 팬들도 감사하지만, 내조해 준 아내에게 많이 고맙다. 내게 너무 큰 존재다."
-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뽑힌다는 말이 있는데. "연락을 따로 받지 않았다.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병역에 대해선 28세 때 상무에 간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아시안게임에 가지 않아도 상무에서 잘해서 팬들에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상무에 다녀온 뒤 내가 꿈꿔 왔던 큰 무대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김학범 감독님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
- A매치 데뷔까지 오래 걸렸다. 희망의 아이콘이다. "선수가 경기장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크다. 경기에 못 뛴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표팀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을 때도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준비했다. 힘든 상황을 즐겼으면 좋겠다. 후배들도 부담감에 짓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K리그에서 붙고 싶은 공격수는. "문선민이 두렵다. 많은 것을 가졌기 때문에 기대되는 선수다. 맞붙어 보고 싶은 선수는 손흥민과 꼭 한번 맞붙고 싶다. 손흥민이 은퇴하기 전에 꼭 K리그에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FC 서울과 경기가 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실 것 같다. 월드컵은 잊어버리고, 월드컵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여 드릴 것이다. 준비도 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