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벨기에와 2018 러시아월드컵 4강전을 치른다. 20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도전하는 프랑스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벨기에전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32개국 중 가장 많은 14골을 기록 중이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만 9골을 쏟아 낸 뒤, 16강전과 8강전에서 5골을 더 추가했다. 일본과 펼친 16강전에서 2골을 먼저 내주고도 후반 막판에 3골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막강한 화력 뒤엔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벨기에 축구대표팀 감독을 보좌하는 '앙리 코치'가 있다. 앙리는 현역 시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2002~2003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특급 스트라이커'였다. 프랑스 축구대표팀에선 지네딘 지단과 주축을 이뤄 1998 프랑스월드컵과 200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A매치 기록은 123경기 51골.
2016년 8월 벨기에 축구대표팀 코치로 부임한 앙리에게서 아스널 시절에 보여 준 날렵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아저씨' 몸매가 됐다. 하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단번에 선수단을 장악했다. 은퇴한 뒤 해설자로 꾸준히 활약하며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앙리에겐 보통 지도자에게 없는 능력이 있다. 그는 월드컵에서 우승해 봤고, 그 꿈을 좇는 과정에서 강한 정신력을 끌어낸 경험이 있다"고 칭찬했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스타 선수들이 앙리 앞에서 고분고분해진 이유는 또 있다. 선수단 전체 인지도를 다 합쳐도 선수 시절 앙리의 유명세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앙리의 선수 경력을 넘어설 만한 선수는 현재 벨기에에 없다"고 했다. 세계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앞에서 선수들은 저절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앙리는 재능 넘치는 젊은 공격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기본적인 공격 기술도 앙리에게 배우면 다르다. 어린 선수들이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드리블 하나도 직접 시범을 보이며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 세대'로 불리는 로멜루 루카쿠(4골) 에당 아자르(2골) 케빈 더브라위너(1골) 등은 이번 대회에서 절정의 기량을 펼치고 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잉글랜드를 이미 조별리그에서 1-0으로 꺾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
자국의 레전드가 키운 제자들과 맞서는 프랑스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은 벨기에전을 두고 "어색하고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는 "앙리가 진영을 잘못 선택했다는 것을 알려 주겠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정작 앙리는 몸을 낮추고 있다. 그는 쏟아지는 인터뷰를 모두 거절하고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벨기에전은 오는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스타디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