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16일 "외야수 조동화(37)가 18년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조동화는 공주 중동초–공주중-공주고를 거쳐 2000년 육성선수 신분으로 SK에 입단했다. 이후 정식 선수 계약을 맺은 2001년부터 올해까지 18년 동안 SK 한 팀에서만 활약했다. 조동화는 1군에서 총 14시즌을 뛰면서 통산 1189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0 232타점 191도루를 남겼다. 희생번트를 205개나 성공시켜 '번티스트(번트+아티스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통산 희생번트 205개는 KBO 리그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무엇보다 조동화는 2000년대 후반 'SK 왕조'를 이끈 핵심 멤버였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면서 리그 정상급 외야수자 최적의 2번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서 특히 더 강했다. 인기 드라마의 이름을 빗대 '가을동화'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유다. 가을잔치에서 남긴 명장면이 적지 않다.
SK 새 에이스 김광현의 태동을 알린 2007년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이 그 첫 번째였다. 조동화는 당시 리그 최고 투수였던 상대 선발 다니엘 리오스와 만나 5회 때 잠실구장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쳤다. 그해 정규 시즌 홈런 수가 '0'이었던 타자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리오스는 다음 타자인 김재현에게 연속 타자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보여 준 '더 캐치'도 여전히 많은 야구팬들이 기억하는 장면이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선 SK는 이날도 2-0으로 리드한 가운데 8회말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타석에 있던 두산 홍성흔이 잠실구장 좌중간 가장 깊은 곳을 향해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그대로 동점이 되는 듯했다. 이때 갑자기 조동화가 나타났다. 수십 미터를 전력 질주해 기어코 이 타구를 자신의 글러브 속에 집어넣었다. SK 벤치에서는 환호가, 두산 벤치에서는 절망이 교차했다. SK는 그렇게 그 경기에서 이기고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조동화는 구단을 통해 "은퇴를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해진 것 같다"며 "실력을 최우선으로 평가받는 프로야구 무대에서, 데뷔한 구단에서 은퇴까지 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구단에서 생각지 못한 은퇴식을 마련해 준다고 해 정말 고맙다"며 "그동안 팀을 위해 희생번트를 많이 댔다. 이제는 가족과 야구 후배들을 위해 희생하면서 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은퇴식 일정은 조동화와 구단이 추후 상의해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