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집중호우로 댐이 붕괴돼 주민 수백 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하면서 시공을 맡은 SK건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국제환경단체가 건설을 강력히 반대해왔던 댐이 붕괴된 것이어서 SK건설은 더욱 궁지로 몰리게 됐다.
여기에 SK건설이 ‘붕괴’가 아닌 ‘유실’이라는 입장을 내놓아 사고를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다.
환경단체 반대에도 댐 건설 강행…'붕괴 아닌 유실' 사고 축소 급급?
문제가 발생한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유상원조 시행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최초로 955억 원을 지원한 민관협력사업(PPP)으로,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 등이 건설 시공에 참여했다.
공사는 예정보다 4개월 앞당겨진 2017년 4월 말 마무리됐고, 2019년 2월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국제환경단체들은 오랫동안 이 사업을 반대해왔다. 환경 파괴와 강제 이주 등으로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환경·사회영향평가(세이프가드)가 제대로 시행됐는지 불명확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국제환경단체 인터네셔널리버스는 홈페이지에 “이 유역 프로젝트는 세피안, 세남노이 및 후웨이 마칸 강에 6개 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이 세콩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프로젝트는 주민 수천 명이 의존하고 있는 유역의 범람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 “캄보디아 수천 명의 소수 민족이 세콩 강을 따라 살고 있음에도 국가 간 영향이 평가되었는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도 2013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업의 타당성 문제와 대규모 개발원조 사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EDCF의 세이프가드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공사가 강행된 댐은 주민들에게 인프라를 제공하기도 전에 인명 피해를 낳았다. 23일 (현지시간)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댐의 5개 보조 댐 중 하나가 폭우로 붕괴되면서 50억㎥ 규모의 물이 하류 지대 6개 마을로 쏟아져 내렸다. 방류된 물의 양은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 200만 개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수력발전을 위해 물을 가둬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문제의 보조댐은 토사를 채워 만든 흙댐으로, 무너지면서 6개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총 1300가구 6600여 명에 피해를 입혔다.
SK건설은 사고 직후 댐이 붕괴됐다는 보도에 대해 ‘범람’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내 SK건설은 ‘라오스 댐 유실·범람 사태 경위 및 대응’ 자료를 내고 '유실'이라는 말을 추가했다. 사고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붕괴’가 아니고 ‘범람’이라고 대응한 SK건설에 대해 사태 축소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K건설은 시간상 댐 범람과 유실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건설은 폭 730m 규모인 해당 흙댐의 200m 구간의 상부가 댐 범람 과정에서 쓸려 내려가 유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K건설 측은 “댐 붕괴라는 표현은 콘크리트댐이 무너지며 물이 쏟아져 내리는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지금까지 파악한 현장 상황은 폭우로 물이 불어나며 댐이 범람하는 과정에서 흙댐 상부 일부가 쓸려 내려간 것”이라며 “유실이 맞고 붕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난 20일 새남노이 저수지 조성을 위해 축조한 5개의 보조댐 중 하나가 폭우로 11cm 침하했다"고 보고했다.
시민단체 "보조댐도 튼튼해야"…정부 책임론도
시민단체들은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라오스 댐 붕괴 사고에 대해 시공 과정의 잘못이 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국제위원회는 25일 라오스 댐 붕괴 사고에 대해 “원인을 놓고 SK건설은 폭우로 인한 보조댐 ‘범람’이라고, 한국서부발전은 보조댐 ‘붕괴’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입지선정, 설계·시공과정에 잘못은 없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이날 흙댐으로 만들어진 보조댐을 두고 "보조댐도 본댐과 같은 수위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튼튼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며 “평년보다 많은 집중호우였다고 하지만 설계 및 공사 부실, 안전관리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공적개발원조(ODA) 기금으로 지원된 사업이어서 한국 정부도 사고 수습을 책임지고 도와야 한다는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 “긴급 구호대를 파견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