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로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게 된 오승환(왼쪽). 콜로라도가 그리는 희망은 1년 전 영입돼 불펜에 안정에 힘을 보탰던 팻 네섹이다. 네섹은 콜로라도 이적 후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콜로라도는 왜 오승환을 원했을까.
트레이드설이 계속됐던 오승환의 새 소속팀이 확정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6일(한국시간) '토론토가 타자 채드 스팬버거와 션 보차드를 받는 조건으로 오승환을 콜로라도로 보낸다'고 전했다. 현재 콜로라도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 1위 LA 다저스와의 게임차가 2.5경기라 추격 사정권에 있다. 동력을 얻기 위해선 불펜 강화가 필수였다. 팀 타율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9위로 상위권이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은 29위로 바닥을 쳤다.
새판 짜기가 실패했다. 콜로라도의 홈구장은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필드다. 해발고도 1610m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타구의 공기저항이 적어 통계상 일반적인 야구장과 비교했을 때 외야 뜬공의 비거리가 약 9% 정도 더 늘어난다. 그만큼 타자 친화적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마운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FA 시장에서 대어급 불펜 투수 3명(웨이드 데이비스·브라이언 쇼·제이크 맥기)을 차례로 영입했다. 기존 마이크 던과 아담 옥타비노의 연봉을 고려했을 때 불펜에 들어간 돈만 1억 달러가 넘었다. 그러나 투자가 무색할 정도로 불펜이 흔들렸다.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꼬일대로 꼬였다.
기대를 모은 데이비스는 평균자책점이 4.61로 수직 상승했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도 4.23으로 4점대를 넘겼다. 본격적으로 마무리 투수를 맡기 시작한 2015년 이후 FIP가 가장 좋지 않았을 때가 2017년으로 3.38이었다. 쇼와 맥기는 6점대 안팎의 평균자책점으로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크리스 러신과 마이크 던이 각각 발과 어깨 부상으로 부상자명단(DL)에 오르는 악재가 겹쳤다. 옥타비노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제몫을 못했다. 싱글A에서 준수한 성적을 유지하던 타자 유망주 2명을 내주고 오승환을 데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콜로라도의 버드 블랙 감독은 투수 코치를 오래해 마운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MLB닷컴은 세인트루이스 소속이던 2016년 19세이브, 2017년 20세이브를 올린 기록을 언급하며 '매력적인 경험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움직임에 대해 1년 전 팻 네섹 트레이드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콜로라도는 지난해 7월27일 필라델피아와의 1대2 트레이드를 통해 네섹을 영입해 불펜을 보강했다. 네섹은 이적 후 2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5로 활약하며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힘을 보탰다. 콜로라도가 오승환 영입으로 기대하는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