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권오준이 올린 2968일 만의 감격적인 세이브


예정대로 9회에도 권오준은 마운드에 올라왔다. 선두타자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은 그는 이명기와 최원준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하지만 바뀐 2루수 김성훈의 실책으로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권오준은 역전까지 내줄 수 있는 순간 안치홍을 삼진 처리하고 경기를 매조지했다. 전날 KIA를 끌어내리고 6위로 올라선 삼성은 이날 승리로 5위 넥센까지 바짝 추격했다. 승률에서 넥센이 0.476, 삼성이 0.475다.

최근 연투를 한 필승조에 휴식이 부여된 상황에서 베테랑이 호투를 펼쳤기에 더욱 의미 있는 승리였다. 김한수 삼성 감독도 "권오준이 정말 베테랑답게 던졌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을 정도다. 권오준도 "경기 전날(27일)부터 코칭스태프에서 내일(28일) 세이브 상황에서 나간다고 말씀하셔서 준비하고 있었다"며 "오랜만에 세이브를 했다는 것 보다는 그 상황에서 반드시 막아내야겠다고 생각했고 좋은 결과를 남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2007년 강속구를 뿌리는 권오준.

권오준은 삼성이 환희의 순간을 이룩하는데 오랫동안 함께해왔다. 1999년 삼성 2차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해 2003년 1군에 데뷔했다. 2004년 47경기에 나와 11승5패 7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했다. 2006년에는 홀드왕(32개, 9승)을 차지했다. 삼성이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11년과 2012년에는 두 자릿수 홀드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오승환(콜로라도) 정현욱(삼성 1군 코치) 권혁(한화) 등과 삼성의 막강 불펜 일원으로 활약했다. 

다만 부상이 자주 그를 괴롭혔다.

권오준은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 속에 다시 일어섰다.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만 세 차례나 받고도 이를 견뎌냈다. '오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과거 마무리 투수 오승환과 함께 'KO 펀치'로 불리며 리그 최강 불펜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시절의 구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렇기에 28일 경기에서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2010년 6월 12일 대구 넥센전 이후 2968일 만에 올린 세이브가 더욱 값졌다. 프로 통산 성적은 517경기에서 33승22패 24세이브 83홀드 평균자책점은 3.44.
 

그는 지난 가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삼성과 2년 총 6억원에 계약했다.

삼성 투수조 최고참인 권오준은 "나이가 먹었다고 베테랑은 아니다. 마운드에서 역할을 하며 중심을 잡아줘야 후배들도 믿고 따를 수 있다. 나이 먹고 마운드에서 맨날 얻어 터지면 팀과 선수단에 너무 미안했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2000년대 삼성 라이온즈 우승 역사의 든든한 허리진이었던 그는 후배들을 향해 "선수들이 날씨가 더운데 잘 싸워주고 있어서 고맙다. 개인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이기는데 더 익숙해졌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신나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 중요한 상황에서 한 경기를 잡았는데 동료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구=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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