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강한 삼성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어느덧 5강 싸움에 가세해 폭염과 함께 여름에 강한 사자가 돌아왔다.
삼성은 지난 8일 두산전부터 29일 대구 KIA전까지 16경기에서 13승3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8위였던 순위를 차츰 7위→6위→5위까지 끌어올렸다. 29일 KIA전 승리로 같은 날 롯데에 패한 넥센을 끌어내리고 5위가 됐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9승3패로 가장 많이 이겼다.
삼성은 과거부터 더위에 강했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인 대구를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대구시민운동장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인조 잔디에서 반사하는 뜨거운 열기 속에 경기를 치르느라 상대팀은 쩔쩔맸지만, 삼성은 적응한 탓인지 훨씬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2016년 이전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천연 잔디에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훨씬 시원한 편이다. 최근 2년간 여름에도 특별한 반등을 보이진 못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가장 먼저 마운드의 안정화가 원동력이다. 외국인 투수 리살베르토 보니야와 팀 아델만이 호투하고 있다. 나란히 6승에 그쳤지만 7월 성적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보니야가 2승 평균자책점 3.09, 아델만이 1승1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하고 있다. 고졸 신인 양창섭도 지난 주에만 2승(시즌 5승)을 추가하는 등 선발진에 큰 활력소다.
불펜진은 탄탄하다. 마무리 심창민을 비롯해 필승조 장필준-최충연 등이 좋은 모습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16경기에선 10개 구단 불펜진 중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선 역시 돌아가며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7월 팀 타율은 0.303. 잔루가 다소 많은 편이지만 투타가 서로를 채워 주며 경기를 끌어가는 모습이다.
5연속 우세 시리즈를 거둔 삼성은 당분간 경기 일정도 좋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NC(3경기)-롯데-SK-LG-NC-넥센(이상 2경기씩)-한화(1경기)와 맞붙은 뒤 3주가량 휴식한다. 올 시즌 롯데에 상대 전적 10승2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최하위 NC와 5차례 맞붙는다. LG와는 최근 3연전에서 우세 시리즈를 장식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승패 마진 -4를 만드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최근 2년 연속 9위에 처지며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한 삼성 선수들은 자존심 회복에 도전한다. 신예, 외국인 선수, 베테랑 너 나 할 것 없이 매 경기 승리 뒤엔 '5강'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있다. 구자욱은 "후반기 첫 번째 목표는 팀의 5강 진출이다. 계속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원석은 "선수들 모두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즐겁게 경기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선수 보니야는 "지금 우리팀 모두 5강 진출을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다. 나도 내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 팀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입단 3년 차로 아직 가을 야구를 경험해 보지 못한 김성훈은 "요즘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 어느 팀과 붙어도 질 것 같지 않다. 이런 자신감이 우리팀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특히 28일 KIA전에서 1⅓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2968일 만에 세이브를 거둔 투수조 최고참 권오준의 한마디는 삼성 선수단의 마음가짐을 대변한다. 그는 "선수들이 날도 더운데 잘 싸워 주고 있어서 고맙다. 개인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이기는 데 더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신나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 중요한 상황에서 한 경기를 잡았는데 동료들에게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년 연속 9위에 그치며 시즌 개막 전 최하위 후보로 손꼽혔던 삼성은 현재 5강 경쟁 싸움만으로도 큰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