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났지만 삼성전자가 투자·고용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른바 '투자 구걸' 논란이 일면서 당초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100조 원 투자·고용 계획 발표가 미뤄지게 됐다.
6일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만나 ‘혁신성장 현장소통’에 방점을 둔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10시 5분께 평택캠퍼스에 도착한 김 부총리는 간담회에 앞서 사무동 로비 앞으로 마중 나온 이 부회장과 악수한 뒤 방명록에 “우리 경제발전의 초석 역할을 하며 앞으로 더 큰 발전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이 부회장이 “바쁘신 일정에 와주셨다”며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자, 김 부총리는 “환대해주셔서요”라고 응답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민간과 정부 간 협력을 통한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 청년 일자리 창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육성, 상생협력 강화방안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투자·고용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당초 재계는 그동안의 김 부총리 행보로 미루어 이날 삼성전자가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왔다.
LG그룹의 경우 19조 원 투자·1만 명 고용, 현대자동차그룹은 5년 간 23조 원 투자·4만5000명 고용, SK그룹은 3년 간 80조 원 투자·2만8000명 고용, 신세계그룹은 3년 간 9조 원 투자·3만 명 이상 채용 등의 보따리를 풀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100조 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 계획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김 부총리의 대기업 스킨십을 두고 청와대가 “대기업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의 지적을 내놓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구걸 논란'이 촉발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날 보따리를 풀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번 인도에서 대통령도 직접 투자와 일자리를 당부한 것으로 안다”며 “이를 준비해 온 삼성이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을 것도 아니고, 결국 시기만 늦춰지게 되는 모양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통 큰 투자’를 마음 먹고도 알리지도 못하는 꼴이 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계획 발표에 대한 적절한 시기를 두고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재계는 빠른 시일 내 발표가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으나, 삼성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발표 형식도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의 다른 대기업들은 김 부총리의 현장 방문을 계기로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계획이 틀어지면서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의 투자·고용 방안은 신성장동력 투자와 중소기업 상생, 청년 일자리 생성 등에 초점을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투자는 삼성전자의 동력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집중, 평택 캠퍼스에 신설 중인 반도체 제2생산라인과 충남 아산에 증설되는 삼성디스플레이 A5공장 등에 투자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무 것도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도 “인도에서 (이 부회장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으니, 누군가는 준비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