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한국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에 오를 8개 팀이 결정됐다.
지난 8일 전국 각지에서 끝난 대회 16강전에서 8개 팀이 승리의 축배를 그리고 나머지 반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승리한 팀들은 8강전에 올라 우승컵을 향한 여정을 이어 가게 됐고 패배한 8개 팀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FA컵을 마치고 각자의 리그로 돌아가게 됐다.
이날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경기는 '칼레의 기적’ 같은 이변을 꿈꿨던 아마추어의 반란, 양평 FC와 K리그1(1부리그) 대구 FC의 경기였다. 양평은 32강전에서 K리그1 상주 상무를 꺾고 16강전에 올라 이목을 집중시켰다. 군 팀이라곤 해도 소위 말하는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보유한 상주는 이날 경기에 주전 일부를 빼고 나섰지만, 그래도 K3리그 어드밴스 하위권에 속해 있는 양평엔 언감생심 넘기 힘든 '벽’이었다. 하지만 양평은 상주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2로 비겼고,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두며 사상 최초로 프로를 이긴 K3리그 팀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양평의 이변은 32강전 승리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대구는 박한빈(21)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양평을 8-0으로 완파하며 K리그1의 자존심을 지켰다. 8-0이라는 스코어 뒤에는 프로팀과 차이가 큰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기를 펼친 양평의 도전 정신이 녹아 있었다. 그러나 양평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전반전에만 2골을 넣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대구는 후반 6골을 폭격하며 양평의 골문을 초토화했다. K리그1과 K3리그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가 낳은 냉정한 결과였다.
양평을 떠난 '이변’의 기운이 머무른 곳은 아산이었다. 아산 무궁화는 충남 아산 이순신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16강 경기서 'K리그 1강’ 전북 현대를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선제골을 내준 뒤 2골을 터뜨리며 거둔 역전승인 데다 그 상대가 전북이니 아산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잔칫날처럼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전북을 거꾸러뜨린 아산의 박동혁(39) 감독은 "소름이 돋았다"며 '1강’의 산을 넘은 감격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반면 유독 FA컵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전북은 2016년 16강전, 지난해 32강전 탈락에 이어 이번 FA컵에서도 다시 한 번 일찌감치 짐을 꾸리게 됐다.
내셔널리그(3부리그) 목포시청은 인천 유나이티드에 2-1로 승리를 거두며 '이변’의 수혜를 입었다. 아산과 마찬가지로 먼저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갔으나,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한발 더 뛰어 인천을 함락했다. 지난 시즌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FA컵 4강전에 진출했던 팀답게 K리그1 팀과 대결에서도 당당히 실력을 발휘했다.
한편 FA컵 '디펜딩 챔피언’인 K리그1 울산 현대는 지난해 준우승팀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와 '리턴매치’를 펼쳐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K리그1 전남 드래곤즈는 K3리그 춘천 FC에 2-1로 승리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팀끼리 맞붙은 제주 유나이티드가 FC 서울을 2-1로 꺾고 승리를 거뒀다. 또 K리그1 수원 삼성은 연장 혈투 끝에 내셔널리그 천안시청을 4-2로 누르고 8강전에 진출했다.
한번 탈락하면 끝인 '단판 승부’ FA컵은 강팀이나 약팀 모두에 냉정한 결과를 안겨 준다. 이변의 주인공이 되고픈 팀도, 실력을 증명하고픈 팀도 단판 승부의 묘미에 언제든 희생될 수 있다. 남은 3경기, 우승컵의 주인이 될 한 팀을 가리는 여정이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FA컵 8강전 대진 추첨일 및 경기 일정은 현재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