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승민(28)이 흔들리던 롯데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줬다. 이제 그는 명실공히 거인 군단의 제1셋업맨이다.
구승민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주중 2연전 2차전에서 팀이 경기 중반 이후 추격을 허용하며 12-9, 3점 차까지 좁혀진 6회말 2사 만루에 등판했다. 추가 실점을 막아냈고, 8회 2사까지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과감한 승부가 돋보였다. 롯데는 쫓기고 있었다. 11-2로 앞선 5회 수비에서 선발투수 김원중이 피홈런만 3개를 허용했다. 6회 공격에서 이대호와 번즈가 1점을 합작하며 다시 달아났지만, 이어진 수비에서 고효준이 볼넷, 오현택이 피안타 1개와 사4구 2개를 허용하며 다시 1점을 내줬다.
구승민은 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6회에 등판하면 불펜 운용을 꼬일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손승락 앞 셋업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다. 그만큼 급했다. 이 상황에서 대량 실점을 하지 않은 게 이날 경기 승인으로 본 것이다.
구승민은 3구 만에 첫 번째 임무를 완수했다.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포크볼로 파울 유도, 3구째 다시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리드를 지켜냈다.
7회도 상대 1-3번 라인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선두타자 최주환과의 승부에선 직구만 4개를 던졌다. 낮은 코스로 들어간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고, 의식한 타자에게 다시 낮은 공을 던져 배트를 끌어냈다.
후속 타자 허경민은 슬라이더 2개를 던져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오재원은 앞선 6회처럼 포크볼-직구 조합을 선택했다. 볼카운트 1-2에서 던진 4구째 포크볼이 배트 밑부분에 걸렸고 그대로 2루 땅볼로 이어졌다. 1⅓이닝 무실점.
투구수는 13개. 올 시즌 44개까지 던져본 경험이 있다. 원래 군 복무를 하기 전에는 선발투수였다. 롯데 입장에선 그가 8회까지 막아주는 게 최선이었다.
아웃카운트 2개를 더 막아냈다. 8회 선두타자 김재환에겐 볼넷을 허용했지만, 후속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이어진 오재일과의 승부에서도 삼진을 솎아냈다. 그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흐름은 좋았지만 후반기에는 25구 이상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했다.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8회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구승민은 최근 등판한 다섯 경기에서 모두 홀드를 기록했다. 지난달 17일 두산전 이후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도 이어갔다.
경기 전 조원우 감독은 "아직 구승민은 8회에 고정 시키진 않는다. 상황에 맞춰 나선다"고 했다. 이날 그는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셋업맨이었다. 손승락 앞까지 헐겁던 롯데의 허리진이 그로 인해 탄탄해졌다.
잠실=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