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승우(20·엘라스 베로나)가 '결전의 땅' 인도네시아를 밟은 소감은 간단 명료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2일 오전 2시께(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고 꼬박 9시간 만이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승우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가 (피로를) 잘 회복해야 한다. (바레인과) 첫 경기부터 좋은 경기부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50여 명의 교민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이승우와 대표팀은 곧바로 준비된 버스에 올라 조별리그 1차전(15일) 장소인 반둥으로 이동했다. 반둥은 자카르타에서 3시간30분 거리다. 이승우는 "교민과 팬들의 기대가 큰 만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힘들고 좋지 않은 상황을 이겨내야 우승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잘 준비하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이승우에게 아시안게임은 월드컵 한풀이 무대다. 그는 지난달 막을 내린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대표팀의 막내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멕시코와 2차전에선 화제의 주인공도 됐다. 주장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이 상대 선수와 언쟁을 벌일 때 가장 먼저 달려와 뜯어말렸고, 상대 수비수가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자 직접 다리를 잡고 경련을 풀어줬다. 빨리 경기가 속개됐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축구팬들은 이런 그에게 '시간 요정'이란 별명을 붙였다.
생애 첫 월드컵에 참가했다는 기쁨은 컸지만, 교체 멤버였기에 아쉬움도 남았다. 17세 이하(U-17) 월드컵과 U-20 월드컵 등에서 대표팀 에이스 활약한 이승우는 스웨덴과 1차전(0-1패)과 멕시코전(1-2패)에 교체 출전했다. 두 번 다 팀이 지는 상황에 투입됐다. 경기 중후반 그라운드를 밟다보니 경기 템포를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주어진 시간 내 만회골을 만들어내야겠다는 마음에 급해지기도 했다.
주축 선수로 돌아온 이승우는 이번 대회 책임감이 남다르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서 차출 의무 규정이 없다. 하지만 이승우는 프리시즌 복귀 시점부터 소속팀을 강하게 설득, 대표팀에 조기 합류했다. 이승우는 "의무 차출이 아니라서 구단도 보내주려고 하지 않았지만, 내가 반드시 아시안게임에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보다 늦게 합류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제 시작인 만큼 남은 기간 동료와 호흡을 잘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포지션도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이다. 김 감독은 대표팀 최종 엔트리 20인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승우를 측면 대신 중앙에서 2선 공격수로 투입할 의사를 밝혔다. 빠른 돌파와 화려한 발재간이 장기인 이승우는 주로 측면을 헤집는 역할이었다.
김 감독이 공개한 포메이션에 따르면 이승우의 역할은 대체불가다. 3-5-2 포메이션을 준비 중인 김 감독의 구상엔 모든 포지션에 백업 선수들이 기재돼 있지만, 이승우 자리만 백업이 없다. 새로운 위치에서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역할을 맡게 될 이승우는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지만 미팅과 비디오 분석을 통해 부족한 부분은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범호는 12일 휴식을 취한 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합류하는 13일 '완전체'로 대회 2연패를 향한 담금질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