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MW에 이어 에쿠스·아반떼까지 차량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특정 회사가 아닌 전반적인 차량 안전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브랜드별 자동차 화재 사고를 조사해 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MW '1일 1불'… 에쿠스·아반떼도 불타
13일 경기도 하남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5분쯤 하남시 미사대로에서 경기도 광주시 방향으로 달리던 임모(45)씨의 BMW 520d 차량 엔진룸에서 불이 났다.
불은 차체 전부를 태우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10여 분 만에 꺼졌다. 운전자 임씨가 화재 직후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임씨는 "운전하다가 엔진룸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차량을 갓길에 세웠고, 이후 엔진룸에서 불이 붙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량은 2015년식 BMW 520d다. BMW의 리콜·국토교통부의 긴급 안전 진단 대상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520d 모델의 경우, 2011년 8월 31일부터 2016년 7월 12일까지 생산된 3만5115대가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이로써 올해 들어 BMW 화재 사고는 38건으로 늘어났다. 이달 들어서만 10번째 화재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이 나자 '1일 1불 BMW'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더 큰 문제는 BMW 차량뿐 아니라 다른 국산 차량에서도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9일 하루에만 BMW 승용차 2대를 비롯해 국산차인 에쿠스 승용차 1대, SM5 승용차 1대, 아반떼 승용차 1대에서 불이 났다.
특히 이날 오전 1시41분쯤 경북 상주시 남상주IC 진입로 인근 25번 국도에서 에쿠스 승용차에 불이 나 조수석에 탄 여성이 숨지고 남성 운전자는 크게 다쳤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 당국은 차 내부가 모두 타고 보닛도 소실돼 아직 최초 발화 지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날 광주 대구고속도로에서 SM5 승용차, 영동고속도로에서는 아반떼 승용차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2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소비자 불안감 확산… 국민청원 등장
연이은 화재 사고에 탑승자 사망 소식까지 전해지자 운전자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차 화재는 해외 유명 외제차의 잇따른 화재와 교차편집되면서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더 이상 믿을 만한 차량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동차 화재 사고의 원인을 면밀히 밝혀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에쿠스 등이 불탄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브랜드별 자동차 화재 사고 면밀히 밝혀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현재 BMW 측에서 안전 점검 및 리콜, 보상 등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연간 발생하는 기타 95% 이상의 화재 사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투명하지 않고, 보상 대책 및 정책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청원자는 문제 차량에 대한 조사를 확실히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그 외의 전 차종에 대한 전수조사 및 팩트 체크 그리고 이를 통한 구체적이며 체계적인 정책 마련을 해 주시기 바란다'며 '마녀사냥을 하듯 한 브랜드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전체 자동차 업계에 대한 투명성 확보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이 글에 13일 오후 3시 현재 2800여 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는 이번 차량 화재 사태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자동차전문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있을 경우 즉각적인 운행 정지 명령 등을 규정하는 자동차관리법부터 개정해야 한다"며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강화해 제조사의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