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는 15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5피안타(1피홈런) 2실점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직전 등판이던 10일 청주 한화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 시즌 3승(2패)째를 올렸다. 지난달 22일 마산 NC전부터 5경기 연속 최소 6이닝을 소화해주면서 시즌 평균자책점도 4.44까지 낮췄다. 대체 선수로 7월초 넥센에 합류해 한동안 6이닝 투구가 쉽지 않았던 걸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말 그대로 안정감을 찾았다. 삼성전에선 노련하게 타자를 압도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은 없었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로 아웃카운트를 지워나갔다. 타격 타이밍을 뺏는 특유의 투구 폼도 한몫했다. 1-0으로 앞선 1회 구자욱에게 동점 홈런을 맞은 뒤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2회와 3회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4회부터 6회까지는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최대 위기였던 7회도 1실점으로 버텼다. 3-1로 앞선 7회 선두타자 김헌곤에게 2루타, 후속 러프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추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무사 1루에서 세 타자를 연속 범타로 유도해 순식간에 이닝을 끝냈다. 종전 올해 한 경기 최다 이닝이 7이닝(8월 4일 수원 KT전)이었던 해커는 8회에도 마운드를 밟아 공 14개로 삼자범퇴를 만들어냈다.
해커의 8이닝 투구는 넥센 입장에서 반가운 결과다. 전날 승리는 거뒀지만 불펜 투수 4명을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계속되는 연승 기간 동안 불펜 소모가 컸다. 해커가 자기 몫을 해주면서 불펜 가동도 9회 1명(오주원)이면 충분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지웠다. 해커는 NC 구단의 원년 멤버로 2013년부터 5년 동안 통산 56승을 기록했다. 2015년엔 19승을 기록해 다승왕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차지했다. 외국인 투수가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건 다니엘 리오스(두산 2007년)·아킬리노 로페즈(KIA 2009년)·앤디 밴헤켄(넥센 2014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였다. 지난 시즌에도 12승7패 평균자책점 3.42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NC와의 재계약이 불발됐고, 다른 팀의 영입 제안도 받지 못하면서 KBO리그를 떠났다.
개인훈련을 하며 영입 제안을 기다린 끝에 넥센의 부름을 받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실전 감각을 지적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마운드 위 성적으로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