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8일(한국시간)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 달 2일까지 16일간 열린다. 하지만 개막을 코 앞에 둔 자카르타는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경기장을 연결하는 간선도로와 도심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곳곳엔 여전히 공사판이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곳곳에서 '초치기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공사로 통제 구간이 생기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을 빚는다.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시행하는 2부제도 소용이 없다. 공사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에 맞춰 시작했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교민 신현준 씨는 "2부제 효과가 미미한 것 같다. 막히는 시간은 여전히 막힌다"고 말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활용하겠다는 셔틀 버스는 찾아보기 어럽다.
선수단 관리는 더욱 문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바레인과 1차전을 치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 잔디를 밟아보지 못하고 실전에 나섰다. 조직위에서 실전 장소 훈련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제 대회에선 경기를 치를 장소에서 전날 마무리 훈련 시간을 부여한다. 반면 조직위는 훈련 전 한국이 속한 E조 4개 팀에게 1차전 경기 이틀 전 실전 장소 '잔디 밟아보기'라는 황당한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코칭스태프만 참가했는데,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잔디를 직접 밟아보는 게 중요한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라며 "선수들이 잔디를 밟아보고 적당한 축구화를 골라야 한다. 그러지 못하는 만큼 선수들이 축구화를 3~4개 정도 들고 와서 경기 당일에 축구화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남자 축구는 조 추첨을 세 차례 치르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대표팀은 지난 13일 오후 8시 반께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에서 선수촌까지 이동하는 차량의 배차가 원활하지 못해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농구팀은 입촌 절차를 거쳐 각자 방에 들어가 잠을 든 시간이 다음 달 오전 3시께. 게다가 도착 이튿날 오후 1시 예정됐던 대표팀 훈련은 정오까지도 장소가 결정되지 않아 코칭스태프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수시로 경기 일정이 바뀌고, 필리핀의 출전 등을 놓고 벌어진 혼란 등 인도네시아로 오기 전부터 이어진 당황스러운 상황의 연장이었다. 14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대표팀은 16일(몽골) 22일(태국)로 경기일 간격이 들쑥날쑥하다. 한국 남자농구는 당초 19일 첫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는 미숙한 경기 운영을 두고 "현지 대회조직위원회의 국제기준 수준 미달로 보여진다"면서 "협회 차원에서 항의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격도 준비 미비 등 엉터리 행정 탓에 속을 끓였다. 한국 사격대표팀은 지난달 20일부터 팔렘방에서 전지훈련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출국 일주일 전 현지에서 “사격장이 완공되지 않았다”며 훈련 취소 통보가 왔다. 클레이 사격은 사정이 심각하다. 클레이 실탄은 비행기를 따로 빌려야 할 만큼 무거워 보통 현지에서 산다. 그런데 대회조직위에서 “각국이 실탄을 별도 지참하라”는 통보가 왔다. 한 달 전 현지 실사를 다녀온 사격 대표팀 윤덕하 총감독은 “전력 사정이 안 좋은 현지 적응을 위해 에어컨도 틀지 않고 훈련 중”이라고 전했다.
개막식이 열릴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의 보안은 뻥뻥 뚫렸다. 취재진은 물론이고 외부인도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검문 없이 경기장 내부까지 진입할 수 있다. 한창 진행 중인 개막식 리허설은 물론 행사 하이라이트 장면과 참여자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리허설 과정이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지만, 조직위는 뒷짐만 쥐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도 갖고 들어갈 수 있다. 이미 예선을 시작한 종목의 경기장이나 메인프레스센터를 가도 자원봉사자만 보이고, 실무를 담당하는 매니저는 찾아볼 수 없다. 자카르타 현지 시민은 아시안게임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도심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만 아시안게임 개최를 알릴 뿐이다. 개막은 이틀 앞이지만, 자카르타가 갈 길은 멀기만 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