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겨울올림픽에 이어 남북 스포츠 교류가 이뤄질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오는 18일 개막한다. 시중은행들은 또 한 번의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관심이 높아진 이번 아시안게임 후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남북경협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금융권이 스포츠를 통해 북한 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 단일팀 지원 효과 볼까… ‘인지도 상승’ 기대감
남북 단일팀 효과를 가장 먼저 맛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열린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탁구 대표팀을 후원했다. 1991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이 단일팀을 이뤄 우승했던 당시의 탁구 인기를 되살려 보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회 8강 여자 탁구에서 남북 단일팀이 깜짝 성사됐고, 탁구 스폰서로 참여한 신한은행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들의 모습이 매체 전면을 장식했다. 여기에 신한은행이 비인기 종목인 탁구 대표팀을 지원한 사실이 덩달아 알려지며 투자 효과가 배가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탁구 종목의 단일팀 출전은 없을 예정이나 신한은행은 탁구 국가대표팀 후원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스포츠 마케팅’ 명가 KB금융지주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카누 스프린트·슬라럼·용선(드래곤보트) 등의 지원에 나섰다. 카누는 북측 선수들의 합류로 전력 향상에 기대가 높은 종목으로, 남북 단일팀이 용선에 참가하며 관심이 뜨겁다.
김용빈 대한카누연맹 회장은 남북 단일팀 추진 당시 “북한의 여자 캐나디안 종목은 세계 최강이다. 이 선수들이 용선으로 오면 우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카누 남북 단일팀이 성사되기 이전이긴 하나 기업은행도 아시안게임에 진출하는 카누 대표팀에 지난 3월 1억원의 후원금을 전달한 바 있다.
우리은행 역시 남북 단일팀 효과를 기대하는 곳 중 하나다. 여자 농구대표팀이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되면서 남측 선수는 9명밖에 선출되지 않았음에도 우리은행 소속 3명의 선수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농구는 남북 교류에 있어 중심이 되는 종목으로 꼽혀 기대감이 높다. 지난 7월 남측 선수들이 15년 만에 북한 평양에서 열린 통일농구대회에서 북측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남북 스포츠 교류, ‘금융권 북한 진출’ 발판 될까
KEB하나은행은 다음 달 10일부터 19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될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금융지주 수장이 직접 나서 ‘남북 스포츠 교류’를 챙기게 됐다.
하나은행은 이번 유소년축구대회에 공식 스폰서로 초청되면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방북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 임직원 10여 명이 북한을 방문, 경제 교류 차원은 아니나 금융권 내 첫 대규모 방북을 진행하며 북한 진출의 물꼬를 트게 될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을 포함한 10여 명의 임직원이 북한 평양을 방문하는 일정이 확정됐다”며 “함영주 행장 등 참석하는 임직원들의 구성 여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1998년부터 대한축구협회를 후원,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오면서 이번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도 후원사 자격으로 참석하게 됐다.
이번에 방북하는 김 회장 등 하나금융 임직원들은 유소년축구대회의 결승전과 시상식 등에 공식 참석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축구와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는 하지 못하게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권에선 김 회장이 금융권 인사로서 첫 방북이라 북한과 금융 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다.
당초 KB국민은행도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초청받았지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이번 평양 방문에 동행하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