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이지만 뻔하지 않다. tvN '수미네 반찬'이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주부 중심의 커뮤니티에는 '수미네 반찬' 레시피를 활용해 봤다는 인증 글이 매일 올라온다.
"돌아가신 할머니(엄마) 생각이 났다"라는 뭉클한 시청 소감은 단골. "배꼽 잡고 웃었다"라는 요리와 관계없는 의견도 볼 수 있다.
지난 6월 '또 쿡방이냐?'라는 냉소 속에서 출발했지만 15일 방송된 '닭볶음탕 편'에서 시청률 4.1%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 기존 요리 프로그램이 만들어 낸 법칙을 모두 뒤집고 '쿡방 같지 않은 매력'을 승부수로 띄운 덕이다. 계량하지 않는 엄마 손맛 '요만치' '는(넣은) 둥 만 둥' '노골노골(노글노글)' 등 엄마가 자녀에게 요리를 알려 주는 듯한 친근한 설명법이 프로그램을 상징한다. '김수미식 언어'를 재빨리 파악한 장동민이 말재간을 보여 주면서 훌륭한 예능 포인트가 돼 웃음을 준다. '물 200mL' '간장 2큰술' '약불에서 3분' 등 구체적인 수치와 정확한 계량을 요구하는 일반 쿡방과 가장 차별되는 점이다. 사실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 중 계량스푼이나 계량컵을 이용하는 이는 드물다. 김수미는 최대한 집에서 요리하듯 편한 말로 그 기준을 잡아 준다. 또 큰손으로 엄청난 양을 만들고 '1인분씩 얼려서 끼니마다 꺼내 먹으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엄마의 사랑이 느껴진다. 문태주 PD는 "계량보다 맛에 포커스를 맞춘 편안한 분위기에서 요리에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에서 학생 된 셰프들 고정 출연진 여경래·최현석·미카엘은 각각 중국·이탈리아·불가리아 음식 전문 셰프다. 각계 최고의 셰프들도 김수미 앞에서는 그저 사고뭉치 하룻강아지 제자일 뿐이다. 보통 요리 예능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요리 초보 비전문가를 가르치는 방식이지만 '수미네 반찬'은 이를 뒤집고 '세월의 고수' 김수미가 셰프들의 스승으로 나서면서 통쾌한 반전의 재미를 주고 있다. 셰프들도 김수미의 경험을 존중하고 '수미네 반찬'에서 배운 것을 다른 예능에서 응용해 보기도 하는 등 열린 마음으로 임해 훈훈함을 더한다. 여기에 게스트로 나오는 사람들도 맛에 대해 냉정하다. 황신혜는 미카엘의 요리를 먹고 "별로다"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반찬에 담긴 사랑과 정 프로그램이 가진 특별한 힘은 반찬에 담긴 추억을 통한 위로. 지난 15일 방송에선 미국에서 온 편지가 김수미와 시청자를 울렸다. 여름 김치 편에서 고구마순 김치를 보고 할머니가 생각났다는 내용이었다. 시청자는 "때로는 음식에서 얻는 치유가 그 어떤 약이나 의사보다 더 많은 위안을 준다"면서 "김수미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인간미가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지탱하고 있다. 김수미의 진행 방식도 마찬가지다. 호통 치며 혼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친정엄마가 알려주듯 작위적이지 않다. 요리해야 하는 주부들이 레시피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