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삼 기자 2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 이대훈(26·대전시체육회)은 무난히 그랜드슬램(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대훈이 금메달을 획득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이대훈은 8강전에서 무명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패했다.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따냈지만 일부 팬들은 "키가 183cm인데 연약하다" "예전엔 잘했을지 몰라도 이젠 한물갔다"고 비난했다.
이대훈은 보란 듯 재기했다.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고, 8월 모스크바 그랑프리 결승전에선 아부가우시를 꺾고 정상에 오르며 올림픽 패배를 설욕했다. 리우 올림픽 이후 국제 무대에서 무패 행진 중인 그는 남자 68kg급 세계 랭킹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이대훈은 오는 23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태권도 남자 68kg급에 출전해 한국 태권도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양광삼 기자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이대훈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우승하면 좋겠지만, 욕심을 부리진 않을 것"이라면서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해 이겨 나가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18세의 나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는 그해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상 63㎏급)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대훈은 리우 올림픽 이후 기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비결은 '턱걸이'다. 주로 발차기로 점수를 내는 태권도선수들은 하체에 비해 상체 근력이 약한 편이다. 이대훈의 경우 턱걸이를 한 개도 하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약점이었던 상체 힘 부족까지 보완하기로 했다. 처음엔 철봉에 무작정 매달리기만 했다. 버티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방식이었다. 훈련이 끝나면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직행했다.
연합뉴스
그는 "훈련 중 잠깐 쉬는 시간에도 10초씩 매달렸고, 훈련이 끝난 뒤에도 홀로 철봉과 씨름했다"며 "코치님들이 '또 턱걸이 하니?' '지금은 몇 개나 하니' 등 내가 하는 턱걸이를 두고 농담이 생겨날 만큼 철봉에 붙어 살았다"고 했다. 태권도 규칙이 변경되는 행운도 따랐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유도하고자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손으로 미는 행위'를 허용했다. 상대를 밀어내거나 버틸 만큼 상체 힘이 있으면 벌어진 공간을 파고들어 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진 운은 일단 좋다. 이대훈은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아흐메드 아부가우시(세계 랭킹 4위)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신예 황위런(대만·7위)은 준결승에서 아부가우시와 격돌한다. 아부가우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68㎏급 8강전에서 이대훈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선수다. 황위런은 인천아시안게임 54㎏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선 68㎏급에 출전해 아부가우시를 4강전에서 누르고 결승에 오른 인물이다.
이대훈은 "세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보니 부담감은 적응됐다"면서 "꼭 우승하겠다는 생각보다 더 빠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태권도는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생각을 팬들에게 심어 주고 싶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