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 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시범 종목이긴 하나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어서 금메달 획득에 의미가 남다르다. e스포츠 태극전사들은 반드시 금메달을 거머쥐겠다며 각오가 대단하고, 팬들과 관련 업계의 기대도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SK텔레콤)은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LoL 첫 금메달 도전… 만만치 않은 중국·대만
2018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마하카 스퀘어의 브리타마아레나에서 오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6개 종목으로 진행된다.
한국 대표팀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펼쳐지는 LoL과 30일 열리는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두 종목에 출전한다. 이들은 국내에서 프로리그와 프로팀이 운영되고 있는 종목들로, 한국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표팀에 선발됐다. LoL은 고동빈(KT·주장)·김기인(아프리카)·한왕호(킹존)·박재혁·조용인(젠지)·이상혁이 한 팀을 이뤘다. 이들은 모두 국내 리그뿐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과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다.
더구나 이상혁은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롤드컵'에서 4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세계적인 선수다. 박재혁과 조용인도 롤드컵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상대가 만만치 않다. LoL은 A·B그룹의 각각 4개 팀이 4강전에 진출하기 위해 다툰다. 한국이 속한 A그룹은 우승 후보로 분류되는 중국과 베트남 등 강팀들이 몰려 있는 죽음의 조다.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 예선 1위로 8강전에 진출한 중국은 로열 네버기브업(RNG)·WE·EDG 3개 팀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특히 중국 최고의 원딜러와 정글러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중국이 정규 리그를 미루고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맹연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LoL 국제 대회에서 중국 팀들이 한국 팀을 이기는 경우가 많아져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지역예선에서 11승1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본선에 진출했다. 특히 베트남 대표팀은 작년 창단돼 올해 자국 리그를 평정한 'EVOS e스포츠' 한 팀으로 구성돼 조직력 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한국이 죽음의 조에서 생존한다고 해도 금메달을 따내려면 B그룹의 강팀 대만을 잡아야 한다. B그룹 1위가 예상되는 대만은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플래시 울브즈' 선수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플래시 울브즈는 롤드컵에서 8~16강 수준의 성적을 거둔 팀이지만 한국 팀을 상대로 깜짝 승리를 거두는 등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LoL 대표팀이 강팀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단기전이고 현지 경기장 환경 등 변수가 많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요즘 세계적으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대표팀이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스타2는 LoL보다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다. 대표 선수인 조성주(진에어)는 올해 스타2 세계 대회인 WCS 포인트 세계 랭킹 1위다. 본선 진출국은 대만·이란·베트남·인도네시아·타이·스리랑카·카자흐스탄인데 조성주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경기력이 높은 수준인 나라는 대만 정도며 결승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조성주가 앞선다.
조성주는 지난 21일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라이벌은 없다.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스포츠·게임 위상 높일 적기… 업계 응원 열기 달아올라
e스포츠계와 게임 업계는 대표팀이 꼭 금메달을 따내기를 바란다. 푸대접받았던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이 되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인들이 e스포츠를 단순한 게임으로 인식하지 않고 스포츠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e스포츠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그래서 게임 업계는 e스포츠 경기가 진행되는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현지 응원단을 꾸려 운영한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소속 회원사로 구성된 응원단은 종목별 일정에 맞춰 경기를 직관하고 현장 응원에 나설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게임에 대한 인식이 보다 긍정적 방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표 선수들의 각오도 대단하다. 이상혁은 지난 21일 출정식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1차 목표"라며 "내가 속한 국가대표팀이 우승해서 국위 선양에 앞장서고 e스포츠를 알린다면 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높아지고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