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무인점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29% 이상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에 24시간 점포를 포기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어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지난 20일부터 최첨단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는 고객 수요가 높은 5개 범주(음료
·스낵·푸드·가공식품·비식품) 약 200개 상품을 총 5대의 스마트 자판기를 통해 제공한다.
운영 장소는 서울 수표동 본사 내 2곳 등 총 4곳이다.
소비자들은 상품의 실물 위치를 확인하고 키오스크 화면을 좌우로 이동해 해당 범주 및 상품을 선택한 뒤 신용카드와 교통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현금결제는 불가능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 업계의 경쟁 심화로 질적 성장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점포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업체별 노력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며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마트24는 현재 전국에서 무인 편의점 9곳을 운영하고 있다. 7곳은 영업시간 내내 무인으로 운영되고, 나머지 2곳은 특정 시간만 무인으로 운영된다.
또 이마트24는 하이브리드형 점포 2곳을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일반 매장 내 한쪽에 자판기형 점포를 함께 운영하는 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일반 매장과 자판기형 점포를 동시에 운영한 뒤 자정 이후에는 자판기형만 운영한다"고 밝혔다.
CU(씨유)는 전국에 무인 편의점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CU는 올해 무인 매장을 1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근본적 이유로 계속되는 경기 침체가 꼽힌다. 장사가 안되니 인건비라도 줄여 이익을 늘리려고 한다는 얘기다.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치솟는 임대료 등이 무인화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첨단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도 무인 점포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되면서 기계 단가는 떨어지고 있고, 인건비는 올라가고 있다”며 “불황으로 갈수록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편의점이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사람에게 들어가는 돈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자동화는 필연적 운명”이라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tbc.co.kr
<사설> 서울 수표동 세븐일레븐 본사에 설치된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