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류사회(변혁 감독)'를 통해 약 10여 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변혁 감독은 24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먼저 기자에게 "기자님도 영화를 보면서 불편한 지점이 있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는 시사회 후 불편함을 넘어선 불쾌함을 토로한 몇몇 후기를 감독이 이미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류사회'는 제작 단계부터 다양한 각도로 관심을 받았다. 변혁 감독의 10년만 복귀작이라는 타이틀부터 윤제문·이진욱 등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들의 캐스팅 등 주목할 만한 이유는 많았다. 애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염두하고 촬영한 만큼 영화계에는 '세다', '역대급 수위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져 있었고, 시사회 직후에는 예상했던대로 불편한 반응도 속속 나왔다. 그 중심에는 윤제문과 실제 AV배우의 예술 행위를 빙자한 두 번의 정사신이 있다.
"'돈 주고 윤제문의 뒤태를 봐야 하냐'는 아주 단편적인 반응에도 동의하지만, 영화 속 의도가 뭔지도 알겠고, 정사신을 진짜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는건 확실히 알겠다"고 하자 변혁 감독은 호탕하게 웃으며 "나도 그 반응들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변혁 감독은 "그 세계의 총체성을 본다고 하면, 아주 피상적으로 좋은 것부터 추악하게 안 좋은 것까지 그 비율이 고루 있어야 한다. 한용석 재벌 회장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할 때 반드시 필요한 묘사라 생각했다"며 "그의 일상을 모르는 이들에게 한용석 회장은 300억을 시민은행에 기증한 훌륭한 재벌이자 예술가로 기록에 남을 것이다. 아마 자랑스러운 기업인 상도 받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와 상스러운 이야기를 주고 받고, '저걸 아트라고 하는거야?'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엽기적인 행위를 보인다. 근데 그것이 한용석 회장 본인으로서는 진짜 예술이자 신성한 작업인 것이다. 아주 밝은 대낮에, 정확하게 재단해 놓은 새하얀 캔버스 위에서, 오페라 음악을 틀어놓고 단정한 자세로 예술 행위를 펼친다. 비서들도 아무렇지 않게 왔다갔다 한다. 만약 조명을 어둡게 하고 가려 찍었다면 오히려 신에 대한 본질을 표현 못한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또 "피를 뽑아 예술하는 사람이었다면 피 뽑는 장면을 디테일하게 찍었겠지. 철저히 한용석 입장에서 성스러운 작품 행위를 보여주는 신이라 밝고 맑게 찍는 것이 목표였다"며 "하지만 그 과정을 보는 사람, 관객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 있다. 추악하니까. 그래서 그 (윤제문의) 뒤태도 더 추악해 보이길 바랐다"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현대 예술 갤러리에 걸려 있어도 될 법한 큰 사이즈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AV배우를 출연시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윤제문과 호흡맞춘 일본 유명 AV배우 하마사키 마오다. "이것 역시 조심스러운 부분인데…"라고 읊조린 변혁 감독은 "한용석에게는 파트너다. '이번에는 독일의 누구와 작업 해 봤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일본에 누구와'라는 식으로 어떤 여자가 아닌 아티스트로서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상징성이 있다. 할리우드 여배우에게도 제안했다 거절 당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일정이 빡빡해 출연이 어려울 뻔 했는데 조율이 잘 됐다. 현장에서도 촬영을 잘 마쳤고 홍대에서 팬미팅까지 하고 가셨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사생활 논란이 있었던 윤제문·이진욱 캐스팅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고 하자 변혁 감독은 "무책임 할 수 있는 선택이자 발언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것이 0순위였다. 배우들의 진정성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며 "결과적으로는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진 훌륭한 연기자의 몫을 다 해내주셨다. 나로서는 참여해 주신 것이 감사했다"고 단언했다.
한, 두가지가 아닌 사전 반응으로 인해 작품에 대한 선입견부터 생기는 것이 걱정될 수도 있을 터. 변혁 감독은 "결국 가이드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일 것 같다. 우리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장면이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보면 성인들을 위한 영화라는 것이다. '어른들이' 가질 수 있는 고민과 문제를 다룬 영화다. '야한 장면 나와 안 나와?'는 성인들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호기심 많은 시기에나 궁금해 하지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그런 질문은 던지지도 않는다. 최대한 선입견 없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상류사회(변혁 감독)'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해일·수애가 투톱 주연으로 나서며, 라미란·윤제문·이진욱 그리고 김강우가 특별출연했다. 2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