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 19년 차를 맞은 배우 문소리를 초대, 데뷔작부터 첫 연출작까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24일 방송된 JTBC '방구석 1열'에는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하사탕'으로 데뷔하게 된 배우 문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문소리는 "남녀노소 경력불문이었다. '박하사탕'의 모든 배우를 오디션으로 캐스팅하겠다고 광고를 했다. 그 당시 남자친구가 알려줘서 오디션을 보게 됐다. 이 영화에 나온 조연들도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것이다. 지원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30분 간격으로 오디션을 봤다. 1시간 뒤에 바로 합격자가 발표됐다. 총 두 달에 걸쳐 5차까지 오디션을 봤다. 마지막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셨다. 아무 사심없이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를 비판했다"면서 "내가 유순임 역으로, 주연으로 캐스팅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에 대해 몰랐을 때 이창동이란 사람의 영화로 시작한 게 얼마나 큰 복인가 싶다. 지금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창동 감독은 어떤 스타일이냐고 묻자 "해본 사람만 안다"고 당황하면서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를 했었는데 컷하고 나서 고뇌하는 스타일이다. OK인지 NG인지도 헷갈린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문소리는 그렇게 이창동 감독과 '오아시스'에서도 함께했다. '오아시스'는 뇌성마비 장애인 한공주 역이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다고 묻자 문소리는 "이 산을 넘어야 어떤 길이든 갈 수 있겠다 싶었다. 이창동 감독님이 위험한 시도이고 실험이기 때문에 확신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사람들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해서 설득당해 시작했다"고 답했다. 변영주 감독은 "한공주 역할은 가장 밑바닥의 감정과 가장 환상적인 사랑이란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며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어떤 여배우는 이 역할을 제안하자 화를 냈다고 하더라. 그만큼 두려운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것"이라고 극찬했다.
첫 감독 데뷔작이었던 '여배우는 오늘도'와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등장했다. 문소리는 "영화를 찍을 때 공부 삼아서 한 거니까 남편에게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최종 편집본만 봐달라고 했다. 마지막 완성본을 본 것이다. '처음 치고는 괜찮네요'란 말을 했는데 굉장히 큰 칭찬으로 와닿았다"고 말했다.
남편인 장준환 감독은 '여배우는 오늘도'를 본 소감에 대해 "영화가 기승전결을 갖추고 재미있게 마무리가 되더라. 감독으로서 높게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에 장준환 감독은 남편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문소리는 그 누구보다도 섭외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촬영 전날 밤까지 요지부동이었다. 과체중이네, 뾰루지가 났데 등 세상 까다로웠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극 중 남편 역할이었고 조곤조곤 높임말을 한다는 설정이었기에 리얼리티가 필요했던 터. 이에 실제 남편의 출연을 원했던 문소리였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영화를 바라볼 때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책임감'을 꼽았다. 문소리는 "주연 배우로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질적으로 다르더라. 배우는 중간중간에 쉰다. 감독을 믿고 의지한다. 감독은 숨통이 조여온다.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책임감 때문이다. 개봉할 시점이 최고조다. 결정권자가 갖는 고통과 책임감이 크더라"고 털어놨다.
19년이란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달려온 문소리. 그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장준환 감독은 "여배우는 오늘도 천천히 걷는다는 말처럼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길 바란다"는 진심을 전해 훈훈함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