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인도네시아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일본전은 종목 메달 색을 좌우할 수 있는 한판이다. 조별예선에서 대만에 패한 한국은 일본을 반드시 2점 차 이상으로 꺾어야 한다. 조별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한 일본도 한국에 패한다면 결승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말 그대로 벼랑 끝 승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선동열 한국 대표팀 감독과 이시이 아키오 일본 감독의 지략 대결이다.
선 감독이 엘리트 코스를 밟은 난초라면 이시이 감독은 잡초에 가깝다. 선 감독은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리며 정점을 찍은 스타플레이어다. 1985년 해태에 입단해 한 팀에서만 11년을 뛰며 다승왕 4회, 탈삼진왕 5회, 0점대 평균자책점을 세 번 달성했다. 1993년 기록한 평균자책점 0.78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만한 발자취. KBO 리그 통산 성적은 146승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이다. 1996년 일본 주니치와 계약한 뒤에도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전성기를 지난 시점이었지만 4년 동안 98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으로 맹활약했다.
감독으로서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4년 수석 코치를 거쳐 2005년 삼성 지휘봉을 잡았고 2005·200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고향팀 KIA에서 자진 사퇴하는 곡절이 있었지만, 감독 통산 승률도 0.514(584승22무553패)로 준수하다. 여기에 200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와 2015 프리미어 12 등 꽤 많은 국제 대회에서 코칭스태프로서 힘을 보탰다. 그리고 지난해 7월 한국 야구 사상 처음으로 대표팀 전임감독에 올라 2020 도쿄올림픽까지 팀을 이끈다.
그러나 포수 출신인 이시이 감독은 다르다. 주로 변방에 있었다. 일본 가나가와현 아야세시 출신으로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게이오대 재학 시절 통산 타율이 0.226에 불과했다. 1986년 신인 드래프트에선 요코하마에 2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입단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집안 사정을 고려해 사회인리그로 눈을 돌렸고, 도쿄가스에서 12년을 뛰었다. 현역 시절 선 감독이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게 전혀 없었다. 세간의 관심은 2004 일본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한 동생 이시이 다카시(전 세이부)에게 쏠렸다.
지도자 경력도 별로 없다. 2003년부터 3년 동안 도쿄가스 감독을 맡은 것이 전부다. 일본야구연맹(JABA) 경기력향상위원을 지내긴 했지만, 현장에서 떠나 있었던 시간이 꽤 길다. 그러다가 지난해 2월 사회인리그 일본 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2015년 취임해 팀을 이끌던 안도 쓰요시가 모교인 도카이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발생한 공백을 채웠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대만에서 열린 제28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의 임기는 이번 아시안게임까지로 짧다. 의욕을 갖고 대회에 임하고 있다. 지난 6월과 8월 두 번의 합숙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최종엔트리를 전원 사회인리그 소속으로 꾸렸지만, 조별예선 3경기를 완승으로 장식한 뒤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