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문성근의 연기가 14회 초반 13분을 장식하며 전율을 선사했다. 마지막 퇴장까지 열연이었다.
4일 방송된 JTBC 월화극 '라이프'에는 문성근(김태상)이 상국대학병원 전 의사 앞에서 이동욱(예진우)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투서를 폭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유재명(주경문)조차도 이와 관련해 처음 알게 된 사실. 이동욱은 부인하지 않았다. 날 찌르고 흔들어서 원장 선거에서 떨어지게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문성근에 이동욱은 "교수님께 배운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문성근은 천호진(이보훈) 개인통장으로 의료진 평가급 3억여 원을 받아 사후 암묵적으로 심평원과 합의하고 병원에 귀속시켰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죽자 횡령한 것. 이 사실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폭로한 것에 이어 천호진의 사망 당일 문성근과 다퉜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날 문성근과 천호진이 다툰 이유는 천호진의 개인통장으로 들어온 3억여 원 때문이었다. 이 돈은 천호진이 개인소유를 위해 입금한 것이 아니었다. 문성근의 계략이었다. 그를 위험에 빠뜨리려 했던 이유였다.
모두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자 문성근은 심근경색 때문에 사망한 것이지 자신의 집 옥상에서 밀거나 그를 죽음으로 빠뜨린 책임이 없다고 회피하기 바빴다. 30년 곁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과거 천호진과 다투는 장면과 현재가 오버랩됐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설득할 힘은 없었다. 벼랑 끝으로 몰린 문성근은 의사 한 명 한 명의 과거 잘못을 꼬집으며 "원장한테 왜 심근경색이 왔을까. 네들 모두, 네들이 갉아먹었잖아. 늙어가는 심장 10년 동안 한 움큼씩. 네들이 필요할 때마다 떼어갔잖아. 근데 뭘 물어"라고 버럭했다.
무대 위에서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문성근의 열연이었다. 모두가 잘못이 있으면서, 떳떳하지 않으면서 왜 자꾸 나만 가지고 그러냐는 인간의 이기심과 남 탓하기에 바쁜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감정표현을 누구보다 세세하게, 리얼하게 그려내 그저 몰입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문성근의 연기 관록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