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했고, 소속팀 토트넘에 복귀한 뒤 프리 시즌 미국 투어에 나섰다. 그리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까지 치렀다. 이후 숨 돌릴 틈도 없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나섰고, 이틀에 한 번 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소화했다. 금메달의 영광을 품었지만 실로 엄청나게 힘든 일정이었다.
손흥민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는 7일 코스타리카, 11일 칠레와 A매치 2연전을 준비하고 있다. 손흥민은 4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 입소해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손흥민을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너무나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에 많은 이들이 '혹사'를 당한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휴식을 주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5일 파주 NFC에서 인터뷰한 손흥민은 '혹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경기를 많이 뛴 것은 사실이다. 피곤하다고 하면 피곤한 것은 맞다"고 말하면서도 "어디까지나 나라를 위해 경기를 뛰는 것이다. 언제나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피하고 싶었다면 피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손흥민은 혹사를 선택했다. 알면서도 뛰어들었다.
손흥민이 이렇게 살인 일정을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신임 감독을 위해서다.
손흥민은 "벤투 감독님을 어제 처음 만났다. 카리스마가 있고 멋있는 분이었다. 축구에 대한 열정도 많았다. 감독님이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여 만족시켜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첫인상에 대한 느낌을 표현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체계화된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손흥민은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하는데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훈련 프로그램이 너무 인상 깊었다. 큰 틀에서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해 줬다. 이런 모습이 감명 깊었다. 감독님이 정말 한국 축구대표팀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독일, 영국 등 선진 축구에서 선진 훈련 프로그램에 익숙한 선수다. 이와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벤투 감독의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손흥민은 "유럽에서 생활을 오래 했다. 독일과 영국의 훈련 프로그램도 경험했다. 지금 벤투 감독님의 프로그램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감독님이 훈련할 때 다 쏟아부으라고 강조했다. 훈련장에서 하는 것은 무조건 경기장에서 나온다.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벤투 감독과 오랜 기간 함께하고 싶은 것이 손흥민의 바람이다. 손흥민은 "짧게는 아시안컵, 길게는 월드컵이다. 벤투 감독님의 지휘 아래 정말 체계적으로 잘 준비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벤투 감독과 함께하는 첫 메이저 대회인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도 상상했다. 손흥민은 "아시안컵에서 우승 생각은 언제나 가지고 있다. 우승이라는 좋은 타이틀을 얻고 싶다. 우승을 목표로 아시안컵에 가는 것이 맞다. 선수들도 잘 인지하고 있다"며 "아시안컵은 어려운 대회다. 쉬운 경기는 없다. 벤투 감독님이 주문하는 것을 남은 6개월 동안 잘 만들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그렇게 한다면 팬들이 더 많은 기대와 에너지를 줄 것이다.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과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벤투 감독의 '첫인상'이 중요하다. 손흥민이 벤투 감독의 데뷔전인 코스타리카전을 앞두고 결의를 다지는 이유다.
손흥민은 "코스타리카전은 벤투 감독님의 첫 경기다. 한국에서 열린다. 감독님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 줘야만 한다"며 "감독님과 훈련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잘해 낸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감독님의 데뷔전을 승리로 만들어서 좋은 기억을 남겨 주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혹사를 피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 한국 축구에 오랜만에 찾아온 '좋은 흐름'을 이어 가기 위해 그는 또 뛰어야 한다.
손흥민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못 거뒀지만 마무리를 잘했다.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축구가 좋은 기류를 탔다. 긍정적 분위기"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벗어나는 경기력을 보여 주고 싶지 않다. 긍정적 분위기를 쭉 이어 갔으면 좋겠다. 이번 A매치에 많은 팬들이 와 주실 것이다. 피곤한 모습보다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A매치 2연전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가 가장 중요하다. 이번 2연전에서 결과만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벤투 감독님의 첫 경기고, 첫 경기에서 감독팀이 원하는 큰 그림의 틀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며 "길게 월드컵까지 정말 노력할 것이고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나 역시 너무 기대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조현우 형이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졌다"고 걱정하면서 "나는 몸 상태가 괜찮다. 잠도 편하게 잘 잤다. 회복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며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